쓸모없음의 쓸모 / 이규석 나는 잡초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 주말마다 고향으로 달려간다.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잡초의 계절이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대문을 열자마자 기세등등한 잡초들이 안기듯 달려든다. 하지만 텃밭 채소들을 비실거리게 만든 잡초가 여간 밉살스러운게 아니다. 장맛비 잠시 그친 사이, 겉자란 풀밭으로 뛰쳐나가 선무당 칼춤 추듯 낫을 휘두르자 목이 날아가고 허리가 잘린 잡초들이 초록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개선장군처럼 돌아서지만, 잡초들은 금세 되살아나 덤빈다. 이긴 것이 아니었다. 뽑고 또 뽑고, 자르고 또 잘라도 끝없이 살아나는 잡초는 기어이 내 마음조차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망초, 명아주, 엉겅퀴, 질경이, 쇠비름, 쑥부쟁이, 냉이, 억새, 강아지풀, 며느리밑씻개 등 우리의 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