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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사랑을 하고 있어요 / 이채

그대와 사랑을 하고 있어요 / 이채그대를 그리워한다는 것기다린다는 것그것만으로도행복을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면 난 지금 그대와 보석같은 사랑을 하고 있어요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 순간 난 그대와 장밋빛 빨간 사랑을 하고 있어요남녀가 아닌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과 공간에서 흐르는 향기와 믿음그대와 나의 만남이지극히 인간적일 때그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면난 지금 그대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어요출처 이채 제3시집 중에서

글쓰기 공부방 2025.05.28

봄날 한채 / 노향림

봄날 한채 / 노향림 저녁노을 속을 누가 혼자 걸어간다높은 빌딩 유리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거대한 낙타처럼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강변 둔치까지는구름표범나비 등을 타고 넘어갈까황사바람 누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까잠시 머뭇거린다타클라마칸 혹은 고비가 내 마음 안에도 펼쳐 있고모래 위에 환한 유칼리나무잠시 피었다가 지워진 아치형 길이 홀로 뚫려 있다시끄러운 세상은 돌아보지 마라매정하게 채찍 휘두르며 낙타 등에 올라그 길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누가 혼자 넘어간다봄날 한채가 아득히 저문다 [노향림 '푸른 편지' 창비 2019]

글쓰기 공부방 2025.05.28

시간 이탈자 / 홍순화

시간 이탈자 / 홍순화남자의 고독사를 알린 건 바람이었다마주 보고 살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던무관심이 부른 부패는 한 달이나 진행되었다그의 곁엔벽시계 하나만 걸려 있을 뿐화려했던 전생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매일 되풀이되던 일상이 사라진 남자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시간 없다란 말이 사라지자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사각의 침대 사각의 이불사각형 냉장고 사각의 그릇에 담긴 음식사각의 세탁기에서 꺼내 입던 옷그의 주변은 온통 모가 난 불평만 있고굴러가지 못하고 모서리에 늘 혼자였다주식이 알코올로 바뀐 건 언제였을까둥근 컵에 따라 마시던모난 세상은 빙글 돌아 그의 편이 되어 주었을까과거가 된 모난 사내가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홍순화화려하지 않았지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생애였을 것이다. 시계추처럼 되풀이..

글쓰기 공부방 2025.05.28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그녀는 일찍 해외로 나와더 넓은 세상을 보았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학위를 마쳤습니다.그리고 서른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명문대 중 하나인 중국 푸단대학교에서최연소 교수로 강단에 섰습니다.그녀는 환경과 경제학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를 하며'에너지 숲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던'위지안'입니다.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치열하게자신의 길을 걸어가던 그녀는2009년 10월, 뜻밖에 말기 암 선고를 받습니다.돌이 막 지난 아기 엄마였고,누구나 부러워했던 명문대 교수가 되었는데그렇게 짧게 일생을 마쳐야 한다는비정한 선고였습니다.암세포는 척추뼈를 비롯한 여러 부위로 퍼졌고,작은 움직임에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랐습니다.그럼에도 그녀는 그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금 2025.05.28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스물두 살에 결혼한타고르는 2남 3녀의 자식을 두었으나,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는아니었다. 큰 아들 라딘드라나트는 "아버지는 자식들보다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시간을 글쓰기로보내셨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차츰 아버지의 그 열정이아버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아버지는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사셨지만자신의 소명을 완전히 실현하신 분"이라고말했다.- 하진희의《표현되었을 뿐 설명할 수 없습니다》중에서 -* 아들이 아버지를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언제일까요?아마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일 것입니다.물론 그때가 되어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많은 원망과 섭섭함이 옅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그것은 평범한 아버지나 위대한 위인이나..

아침 단상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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