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에서 / 한악
봄의 끝자락에서 / 한악 가는 봄이 아쉬워 술에 젖은 나날들깨어 보면 옷자락엔 덕지덕지 술자국.꽃잎 뜬 작은 물줄기는 큰 시내로 흘러가고비 머금은 조각구름은 외로운 마을로 들어오네.한가해지니 꽃 시절은 더 원망스럽고외진 곳이라 옛 친구의 혼백조차 불러내기 어렵네.부끄럽구나, 꾀꼬리의 갸륵한 마음. 새벽이면 어김없이 서쪽 뜰로 날아드는 것을.(惜春連日醉昏昏, 醒後衣裳見酒痕. 細水浮花歸別澗, 斷雲含雨入孤村.人閑易有芳時恨, 地迥難招自古魂. 慚愧流鶯相厚意, 清晨猶為到西園.)―‘봄이 끝나다(춘진·春盡)’ 한악(韓偓·약 842∼923)화사한 꽃 시절이 저물어가는 아쉬움 속에서 봄날의 가슴앓이가 시작된다. 꽃잎을 띄운 채 또 다른 물줄기로 흘러드는 개울, 비를 머금은 회색 구름 사이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