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온 천국 3 / 안미옥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6. 13. 11:24


천국 3 / 안미옥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을 

녹슨 나사

깨진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나는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큰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창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벗겨질 것 같았다

 

죽은 비둘기떼의 펼쳐진 날개

뒤집힌 우산들이 쌓여 있는 곳

 

나는 하류로 가지 못했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끌고 내려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뿌리 뽑힌 풀들이 메말라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별

 

나는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 있는

 

큰비가 온다

나는 소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간다

 [안미목 '온'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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