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국 3 / 안미옥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을
녹슨 나사
깨진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나는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큰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창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벗겨질 것 같았다
죽은 비둘기떼의 펼쳐진 날개
뒤집힌 우산들이 쌓여 있는 곳
나는 하류로 가지 못했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끌고 내려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뿌리 뽑힌 풀들이 메말라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별
나는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 있는
큰비가 온다
나는 소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간다
[안미목 '온' 창비 2017]
반응형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 / 메리 올리버 (0) | 2025.06.16 |
---|---|
그러거나 말거나 / 이달균 (0) | 2025.06.16 |
공명심이 빚은 오욕 / 이백 (0) | 2025.06.13 |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 이채 (0) | 2025.06.12 |
도리어 / 유수연 (0) | 202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