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의 시간

3월 /이외수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25. 14:40

3 / 이외수

밤을 새워 글을쓰고 있으면
원고지속으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있습니다
오늘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머리맡으로 보냅니다

꽃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신적이있나요
한글중에 제일 꽃을 닮은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 보고있으면 그속에 가득차있는 햇빛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외수의 “3월”은 겨울의 여운과 봄의 기운이 공존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시입니다. 이 작품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시간과 계절의 대비

  • 밤과 낮, 겨울과 봄: 시의 시작에서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있으면”이라는 구절은 작가가 깊은 밤, 고요한 시간 속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외부 세계는 여전히 겨울의 냉기가 남아 있다는 대비를 이루며, 내면의 감성과 외부의 계절이 서로 다른 시간을 암시합니다.

2. 한글의 미학과 상징성

  • ‘꽃’이라는 한 음절의 힘: 시인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 머리맡으로 보냅니다”라고 표현하며, 단 하나의 글자 속에 담긴 무한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 글자와 자연의 유사성: “한글 중에 제일 꽃을 닮은 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뿐이지요”라는 구절은 단순한 문자 이상의 미적 가치를 부여하며, 글자가 가진 형상과 의미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전달합니다.

3. 감성의 전달과 정서적 깊이

  • 빛과 감정의 융합: 시인은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햇빛 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단순한 글자 ‘꽃’을 통해 내면 깊숙한 감정과 따뜻한 기억, 혹은 희망을 불러일으킵니다.
  • 서정적 정취: 전체적으로 이 시는 짧은 문장 속에 정교한 이미지와 감성을 담아내어, 독자에게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4.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

  • 개인의 기억과 감정: 밤을 새워 글을 쓰는 모습, 머리맡에 보낸 엽서 등 개인적인 이미지들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꽃’이라는 보편적 상징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추억,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암시합니다.

이외수는 이러한 시적 기법을 통해 한글의 미학, 계절의 흐름, 그리고 인간 내면의 정서를 하나로 묶어 표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은 단어 하나 속에 무한한 의미와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과 대비는 독자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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