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기도 / 김현옥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4. 20. 05:50

기도 / 김현옥

 

이 모든 헛꿈들로
생(生)의 드라마가 끝나 버리지 않기를
끝내 허무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도록
시(詩)의 주먹이 강해지기를
그 주먹, 마침내 비탄의 등 쓸어내리는
위로의 손바닥으로 따스하게 펴지기를
그 손바닥, 마침내
그녀 생의 다정한 창문이 되기를 (후략)
- 김현옥 '기도' 부분

지금 쓰고 있는 내 생의 드라마가, 결국 기승전결도 없이 허망하게 끝나리란 사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모든 드라마가 팡파르의 환희를 맞이하는 건 아니며, 그런 자의 마지막은 예외적인 축복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를 기둥처럼 붙들어야 한다. 시인은 시의 주먹을 쥐기로 했다고 말한다. 싸우기 위한 주먹이 아니라 다시 펴기 위한 주먹이다. 연민과 위로에서 우리는 세상과 연결된다. 그런 기도는 아름답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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