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 찰스 부코스키
잭 런던은 평생 술꾼으로
기이하고 영웅적인 남자들의 이야기를 썼고
유진 오닐은 고주망태로
음울하고 시적인 작품을
썼다.
현대 문인들은
넥타이와 양복 차림으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젊은 남자들은 학구열과 맨정신으로
젊은 여자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위쪽을
올려다본다.
잔디는 너무 파릇하고 책은 너무 따분하고
삶은 목마름에
죽어 간다.
- 찰스 부코스키(1920~1994)
기이하고 영웅적인 남자들의 이야기를 썼고
유진 오닐은 고주망태로
음울하고 시적인 작품을
썼다.
현대 문인들은
넥타이와 양복 차림으로
대학에서 강의하고
젊은 남자들은 학구열과 맨정신으로
젊은 여자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위쪽을
올려다본다.
잔디는 너무 파릇하고 책은 너무 따분하고
삶은 목마름에
죽어 간다.
- 찰스 부코스키(1920~1994)
미국 대공황 시절 LA의 빈민가에서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찰스 부코스키는 노동자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다섯 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1연에 언급된 잭 런던이나 유진 오닐처럼 부코스키 역시 지독한 술꾼에다 싸움과 스캔들, 온갖 기행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그의 시집은 제도권 사회나 문학에 대한 통쾌한 풍자와 유머로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더러운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부코스키는 어떤 수사도 없이 자신이 거쳐온 밑바닥 삶을 드러냄으로써 날것의 진실을 전달한다. 그의 눈에는 지식인이나 주류 문인들의 우아한 지성과 도덕이 위선적으로 보일 뿐이다. ‘종이 먹는 흰개미’라는 시에서 그는 “아늑하고 안전한 소굴에/ 지들끼리 모여/ 모의하고, 미워하고, 씹어대는” 미국 시인들이라며 독설을 퍼붓는다. 그에 비해 ‘교체’는 절제된 목소리로 강단 문학을 비판하지만 생래적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에게 시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낭만주의적 광기나 우울, 또는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 대신 대학 강의실에서 문학이 박제화되는 과정을 이 시는 ‘교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한다. 그 결과 “삶은 목마름에 죽어 간다”는 것. 대학에서 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나에게 날아온 경고장 같은 시다.
[경향신문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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