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반성 / 함민복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4. 20. 05:45

반성 / 함민복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함민복(1962~)

 

이 짧은 동시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생명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다른 생명을 나와 똑같은 눈높이로 대해 왔는지를, 하대(下待)하지는 않았는지를, 함께 지내면서 내 잘못과 부족함은 없었는지를 돌이켜보게 한다. 그러므로 강아지를 만지기 전에 시인이 자신의 손을 먼저 씻는 행위는 위생의 차원에서 하는 동작이라고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의 차원에서 하는 동작으로 이해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차등이 없이 사랑을 받고 보호를 받기를 원한다.

내 시골집에도 ‘오롬’이라는 이름의 반려견이 함께 산다. 오롬이는 보리밭까지의 산책을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를 금방 잘 사귄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면 배를 드러내 뒹굴고, 낯선 인기척이 들려오면 으르렁거리고 크게 짖는다. 바람이 세게 불고, 천둥이 치면 겁이 덜컥 생긴다.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려 귀를 세우고, 가끔은 방에 들어가 혼자 있기를 즐긴다. 집을 나간 적이 두어 번 있었지만,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말귀가 밝고, 변덕이 없고 믿음이 두텁다. 나도 손을 씻고 오롬이를 만져야지.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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