섯달 첫날
한 해의 끝자락
서늘한 바람이 골목을 스치면
낡은 달력이 마지막 숨을 고르고
새벽빛은 살며시 문턱을 넘어온다
섣달 첫날
지나는 날들을 조용히 쓸어 담듯
가슴 한편이 조금은 시리고
조금은 따뜻하다
창밖에 달 한 조각 걸려
우리의 시간을 비추고
작은 기도처럼
오늘의 마음이 포근히 내려앉는다
이제 남은 날들은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
한 해의 마무리를 부드럽게 감싸겠지
섣달의 첫날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나를 토닥이고
다가올 나를 천천히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