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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1. 26. 12:04

당신의 하루

 

당신의 하루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저녁바다 같습니다
물결은 잔잔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별의 조류가 흐르고 있었지요

문 밖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들은
해질 무렵 갈매기들의 울음처럼
멀리서 가만히 맴돌 뿐
당신의 파도에 닿지 못합니다
당신이 거절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바다가 품어야 할
마지막 고요였기 때문이지요

누군가는 왜 혼자 있으려 하냐 묻겠지만
당신의 마음은 잘 압니다
섣부른 손길 하나에도
잔잔한 물결이 크게 흔들리는
섬 같은 존재임을
이별이란 파도가 한 번 스치고 지나가면
모래 위 모든 발자국이 흐려지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해가 지기 직전의 빛을 고요히 바라보는 중이지요
그 빛은 붉지만 따뜻하고
끝이지만 아름다워서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쪽이 옳다고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문밖의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돌아서겠지만
그들의 마음속 바다에는
오늘의 잔물결이 오래도록 남아
당신의 마지막 노을을 기억하게 되겠지요

그저 당신이라는 바다가
조용히 밤으로 스며드는 순간
그 고요 자체가
이미 한 편의 기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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