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리며
당신의 방 안에는
아주 조용한 바람만이 드나들고
등 뒤로는 오래된 그림자들이
소곤소곤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있지요
가족들이 문 밖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오늘
그 문을 닫아두었지요.
마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이별을 더 정직하게 맞이하려는
당신만의 방식으로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순 없지만
나는 압니다
사랑하는 얼굴들이 눈앞에 서면
남겨야 할 말보다
놓아야 할 마음이 먼저 차올라
숨이 더 아파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은 홀로 앉아
자신에게 마지막 말을 건네는 중이겠지요
살아온 날들의 무게를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곧은 자세로 받아내며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사랑을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너무 잘 알아
그 끝도 당신답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압니다
문밖의 사람들도
언젠가 그 조용한 결심을
천천히 이해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당신이 남긴 고요 속에서도
그들은 오래오래
당신을 떠올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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