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첫날
마루 끝에 앉아 보니
새벽 안개가 논두렁을 감싸고
짙은 숨을 고르더라
참말로 고요하다
닭 한 마리 우는 소리
먼 들녘을 깨운다
밤새 시든 풀잎엔
서리가 솔솔 내려앉아
은가루 뿌린 것처럼 반짝이고
감나무 꼭대기 달랑 남은 두 알 홍시는
올해도 잘 버텼다
고개 끄덕이며 익어간다
십일월 첫날
헛간 문을 열어보니
빈 볏짚 냄새 사이로
따뜻한 햇살 한 줄기 스며들어
사람 맘도 데워준다
이달엔
바람이 좀 차도 괜찮겠다
속마음 꾸준히 덮어주는
조촐한 온기도 있고
한 해 농사 갈무리한
든든한 마음도 있으니
그래서 바라제
십일월 첫날
마치 장독대 위에 얹어둔
묵은 장처럼
진하고 깊어진 하루 되기를
시골 길 걷는 우리 삶
서리 내려 더 맑아지고
찬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기대 하나
살포시 싹트면 좋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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