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심의 장르, 손톱 / 명인아
당신은 무슨 색인가요
토양의 성분에 따라
일곱 가지 색으로 변하는 수국처럼
환경에 따라 우리들이 변하는
기다림의 연분홍
청춘은 초록의 다양
생로병사 단풍
고요의 회색
봄, 여름, 가을, 겨울, 손톱을 물들이면
나의 계절은
어느 손가락에 닿아 있을까요
당신을
무슨 색으로 물들일 것인지요
(시집 ‘나는 이제야 봄으로 물든다’, 상상인, 2022)
[시의 눈]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연심이다. 연심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다면 그건 참이 아니다. 사랑은 영원한 화두이니까. 공작새가 왜 그 화려한 꼬리를 추켜세우고 우아한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휘파람새는 무슨 일로 종일 숲속을 예쁘고 청량한 노래로 물들이는가? 연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자기애도 좋다. 가족애도 좋다, 이성애도 좋다, 나아가 인류애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자가 다른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란 점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능동적인 관심과 돌봄으로 정의한다. 단순히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며 주는 행위 자체에 기쁨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깊은 철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진정한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법. 사랑의 빛깔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문학적 프리즘을 통과한 연심의 분광은 현란하다. ‘기다림의 연분홍/ 청춘은 초록의 다양/ 생로병사 단풍/ 고요의 회색’ 색채학적 시학이 뿜어내는 이미지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시한다. 나의 손톱을 물들인 연심은 어느 계절, 또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치열한 손톱의 빛깔은 나의 성정을 드러내는 강렬한 지표이자 내면의 날숨인 것이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나무 / 이승희 (0) | 2025.06.23 |
---|---|
구두 / 윤재철 (0) | 2025.06.23 |
세상을 지우며 / 강태형 (0) | 2025.06.23 |
나를 사랑하는 나의 신 (0) | 2025.06.23 |
마당이 없는 집을 지날 때면 / 김선향 (0) | 2025.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