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날 / 오은
그렇고 그런 날이었어
마치
그제처럼
중간고사 바로 전주처럼
유치원 가을 소풍처럼
할 일이 많아서 힘들면서도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한
그런 날이면
나는 책을 타고 올라가
구름에 머리를 찧어도 아프지 않겠지
오늘이 빡빡하다고 말하면서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기도 하면서
그렇고 그런 날은 또 있지
마치
어제처럼
지난주 토요일처럼
작년 여름 방학처럼
할 일이 적어서 심심하면서도
할 일이 없어서 다행인
그런 날이면
나는 책을 타고 내려가
내가 내려갈 수 있는 만큼
가장 힘들었던 때로
몹시 춥고 아팠던 시간으로
오늘이 참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어푸어푸 세수를 하기도 하면서
다음 날이 왔다
어김없이
바람직하게
마치
새날처럼
그렇고 그런 날들
그러나 단 하루도 똑같지는 않았다
[오은 '마음의 일' 창비교육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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