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그렇고 그런 날 / 오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5. 16. 11:51

그렇고 그런 날 / 오은

 

그렇고 그런 날이었어

마치

그제처럼

중간고사 바로 전주처럼

유치원 가을 소풍처럼

 

할 일이 많아서 힘들면서도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한

 

그런 날이면

나는 책을 타고 올라가

구름에 머리를 찧어도 아프지 않겠지

 

오늘이 빡빡하다고 말하면서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기도 하면서

 

그렇고 그런 날은 또 있지

마치

어제처럼

지난주 토요일처럼

작년 여름 방학처럼

 

할 일이 적어서 심심하면서도

할 일이 없어서 다행인

 

그런 날이면

나는 책을 타고 내려가

내가 내려갈 수 있는 만큼

가장 힘들었던 때로

몹시 춥고 아팠던 시간으로

 

오늘이 참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어푸어푸 세수를 하기도 하면서

 

다음 날이 왔다

어김없이

바람직하게

마치

새날처럼

 

그렇고 그런 날들

그러나 단 하루도 똑같지는 않았다

 [오은 '마음의 일' 창비교육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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