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노란 얼굴 / 김순애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22. 05:55

노란 얼굴 / 김순애

 

민들레가 만삭이다
마당에 지나가던 바람이 지켜본다
햇빛이 출산을 돕는다
대궁으로 힘을 밀어 넣는다
얼굴이 노란 아이가 고개를 내민다
엉덩이는 몽고반점처럼 파랗다
마당 여기저기
아이들 웃음소리가 노랗게 번진다
- 김순애 '출산' 전문

꽃은 계절의 기호다. 무심하게 바라봤던 꽃에서 계절을 감각하는 일, 그것은 자연을 해독하려는 하나의 의지가 된다. 민들레 한 송이를 눈앞에 틔우기 위해 바람도 햇빛도 웃음소리도 필요했던 건지 모른다. 꽃과 나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자연의 개화는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섭리다. 불협하는 인간들 옆에서 하나의 화음을 내는 자연을 감각하게 되는 시다. 길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피어난 노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자. 조용한 꽃 하나 마음에도 번질지니.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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