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시간, 공간, 인간 / 이문재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9. 23. 09:21

시간, 공간, 인간 / 이문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이문재 '사막' 전문

소립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세계는 '사이(間)'의 총합이다. 그런 점에선 모래 알갱이 하나도 자존하는 각자의 섬과 같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막은 아주 작은 모래섬들의 군집이지만 인간의 눈은 그걸 감지하지 못함을 시인은 감지한다. 인간도 그렇다.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더라도 그 사이엔 억겁의 틈새가 벌어져 있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광야의 사잇길로 걸어가는 순례자이자 그 스스로가 외딴섬이다.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이란 단어를 오래 들여다본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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