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 제106강
■ 보편적인 것에 특수 입히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역사이래 사람들은 보이는 사물과 대상, 보이지는 않으나 느껴지는 것까지 상징적 언어로 구분하여 왔다. 이것은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의 세계, 즉 보편적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발전시켜 왔고, 사람의 지혜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진리는 계시적 언어, 또는 영적 언어로 구분지어 신(神)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도 했다. 시인은 신의 영역 바로 아래 단계인 형이상학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언어를 축약하여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세상 모든 예술의 제일 앞자리에서 거명되었다. 수많은 예술과 문학 중에서도 유독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의 사람人자(字)를 유일하게 붙여 준 선인들의 뜻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를 쓸 때 우선 시인의 자세부터 배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시를 배우기도기도 전에 시를 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시를 쓸 줄은 알지만 시인의 자세를 바르게 배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시만 좋으면 알아주는 작품성 지상주의가 우리 시단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시인들이 넘쳐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은 시인이 아니라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 노동자 이거나 시 기술자다. 다른 사람이 쓴 시를 읽어 본 숫자보다 자기가 발표한 시의 숫자가 더 많은 시인도 생겨난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를 지경이다.
우리가 시를 쓴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보편의 세계에서 특수의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보편에서 특수를 찾는 작업'은 시인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기억해야할 작법이다. 우리 주위에 수많은 보편적 현상을 끌어와서 시를 써 보려고 하면 무질서하고 가닥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시 창작이란 무질서한 사물을 질서화 시키는 작업이라고도 한다. 시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은 시의 중요 골격을 갖추는 일에 다름 아니다. 시의 골격을 제대로 갖추어야 시가 제대로 된다. 시의 초보자는 이 연습에 게으름을 피우면 시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오랜 시력(詩歷)으로 시를 갖고 놀 정도가 되면 몰라도 시 공부를 할 때는 시의 골격을 제대로 갖추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시를 잘 쓰려고 하지 말라. 담담하게 산문형태로 먼저 써라. 그리고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라. 시는 논리가 아니라 비논리를 논리처럼 말하는 작업이다. 논리가 보편적이라면 비논리의 논리는 주관적 특수성을 띠는 것이다. 그렇게 써놓고 들어갈 때 보고 고치고 나올 때, 밥 먹을 때, 잠들기 전에도 보고 또 고쳐라 그리고 하루 이틀 여유를 두었다가 또 보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거든 그때 또 고쳐라.
다음의 시는 보편적인 것에 특수를 입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다.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를 마시는 토요일 오후
산자락 옹긋옹긋한 무덤들이
이승보다 더 포근하다
채반에서 첫잠 든 누에가
두잠 석잠 다 자고
섶에 올라 젖빛 고치를 짓듯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 마시며
저승의 잠이나 푹 자고 싶다
- 오탁번, <그냥 커피>전문
우리가 시 쓰기에 실패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초보자들이 가장 안 되는 부분이 시의 주인공이나 등장 하는 대상에게 확실한 역할을 주는 작법이 서툴다. 시의 주인공(화자)이 시를 끝까지 이끌고 가되 등장하는 대상에게는 반드시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될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몇 번을 강조 했지만 밴드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역할 없이 꾸미기 위해 등장하는 대상이 너무도 많다. 시가 화려하면 감동이 없다. 곡비(哭婢)의 억지울음이 아니라 담담하게 이끌고 가는 화자의 정제된 모습에서 독자는 속울음을 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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