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 제105강
■ 좋은 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방법
시는 언어의 표현 가치다. 시를 끄적이는 것과 시를 완성했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시가 좋아서 시적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대로 소박하게 표현하는 일과 전문적으로 시를 쓰는 일은 다르다. 시인이라는 이름은 전문적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시의 전문성 있다'란 말은 시를 잘 쓰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 사람이 쓴 시에서 다른 표현이나 낱말이 섞일 수 없는 수준,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의 글 짜임새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시의 짜임새라는 것은 낱말의 속살이나 속뜻, 표현 까지를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57강에서 <시의 경제법칙>란 제목으로 언급한 내용이지만 시적 짜임새가 있다는 말은 '언어의 경제학'을 말한다. 실물 경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라면 시의 경제학은 최소한의 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일이다. 길게 말을 푸는 소설과는 달리 짧게 줄이되 오히려 많은 말을 내포하고 있는 상태, 될 수 있으면 말을 억누르면서도 많은 말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시에서 말하는 ''언어 경제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빼버려도 될 만한 필요 없는 말이 많으면 시가 안 된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시는 동네 깡패들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도 같다. 권투선수가 링에서 규칙에 따라 시합을 하는 스포츠와 주먹다짐으로 싸움을 하는 일 만큼의 차이다.
이 강의를 읽는 것만으로는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다만 계속 제시되는 여러 방법을 내 것으로 체화시키려는 노력에 비례하여 시 쓰기의 실력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네 가지 작법을 소개한다.
1. 익숙한 말글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말글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고민하여야 한다. 시란 익숙한 말글과 싸워서 이기는 작업이다.(생각의 비틀기, 관습적 언어에서 일탈하기)
2. 시는 줄여 써서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길을 따르고 산문은 늘여 써서 적게 말하는 장르다. 그러므로 시는 산문처럼 써놓고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때 까지 빼는 작업을 하라. 그래야 시적 모티브가 뚜렷하고 시가 단단해 진다.(서술, 묘사, 진술, 통합의 알맹이만 남겨라)
3. 내용이 뻔하지 않는 시, 한 번에 읽힐 정도로 설명적이지 않은 시가 오래 남는다. 적게 말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느낌 속에 가둘 수 있도록 묶어두는 시,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 결론은 독자가 내릴 수 있도록 여백을 두는 작법에서 좋은 시가 많이 나온다.
4. 시를 발표한다는 것은 한 마리의 고기를 구워서 독자 앞에 내어놓는 일과도 같다. 제일 좋은 시는 참굴비 처럼 노릇노릇 구워서 뼈까지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기의 뼈를 발라내고 대가리도 떼어내고 이것저것 떼어낼 것이 많은 시는 시가 아니다. 떼어낼 것이 없는 시가 최고의 시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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