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 제92강
■ 시와 비시(非詩)의 구분
지난 주 강의에서는 시가 되는 제목과 비시적(非詩的) 제목에 대해서 말했는데 한 주간에 올라온 시의 제목들을 보니 시가 되는 제목을 뽑아내느라 애쓴 흔적이 많이 보여서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배부른 햇살(김점숙) 나는 이렇게 간다(김유영) 하늘 꽃으로 피다(정현미) 밤바치 길(한길수) 바람의 갈림길 10시10분(박요한) 그곳에 해는 없었어(박우석) 가시바람(이양숙) 등은 우선 시의 제목을 대체로 잘 뽑은 편에 속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제목은 이승하 교수의 말대로 '첫인상'이고 독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시의 '이름'이므로 시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끔 제목을 '무제'라고 다는 사람을 보는데 이런 태도는 자기 작품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소리와도 같다. 제목은 어떤 경우든 간에 호기심을 유발시키도록 하고, 난삽하거나 가볍지 않게 하고 객관화 된 내용이나 흔한 명사, 너무 익숙한 것을 달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내용이 보일듯 말듯 은근히 암시하되 다 드러나면 시가 죽고 시와 관계 없는 엉뚱한 것도 시를 죽이는 일이므로 내용과의 연결고리가 있을법한 이미지의 것을 잘 찾는일이 시의 성공 유무를 결정짓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중을 기해주기를 바란다.
오늘은 지난주 예고한대로 시가 되지 않는 내용과 시가 되는 내용에 대해서 살펴 보자.
조각가는 돌을 함부로 쪼지는 않는다. 깊은 생각과 마음에 그린 형상대로 혹은 설계에 따라서 조심조심하며 돌을 다듬는다.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선 시가 되게 하려면 언어를 조심해서 다뤄야한다. 언어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언어의 폭력배다. 시는 언어로 만들어진 예술 장르이기에 그렇다. 조각가가 세심하게 돌을 다듬지 않으면 제대로된 작품이 나올 수 없듯이 시를 쓰는 사람은 언어를 섬세하게 결합하고 배치해야 그것들이 울림과 여운을 만들어 내고 시의 아름다움으로 태어나게 된다. 시인은 '하루'라는 시간의 그릇에 시어(詩語)를 주워담는 습관부터 가져야한다. 그 그릇에 술을 담게 되면 하루는 '술잔'이 되지만 '행복'을 담으면 '행복바구니'가 된다. 마찬가지로 '시어'를 담는 습관을 가지면 반드시 시인이 되고야 만다.
시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으로 구분되어지는지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1. 비시(非詩)
시에서 A를 A라고 말하는 순간 시가 아니다. A를A라고 말하면 A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들국화'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고 치자. 들국화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으로는 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나는 나다'라는 말과 같은 것이 된다. 들국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다른 이야기까지 나가도록 써야 시가 된다. 또한 비시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기 감정의 폭발이다. 이것은 사람이 멱살을 잡고 싸울 때 분출 되는 화 같은 것이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글은 시가 아니다. 시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것은 함축과 생략, 언어의 절제, 즉 감정의 절제가 없는 것은 시를 죽이는 일이다. 다 말한 것은 산문이지 시가 아니다. 내 시에 내가 취하여 자기 혼자 감동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어찌 기쁜일이 아닌가?' 혹은 '너무나 고맙다'거나 감탄사 등은 될 수 있으면 빼라. 반만 말하고 긴장감이 있도록 하라. 몇 행 읽지도 않았는데 내용이 드러나 버리면 실패한 시다. 긴장감과 애매성은 시의 생명이다.시인이 애매하게 말하는 이유는 인생사 자체가 복잡하고 애매하기 때문이다.
2. 시가 되는 표현 법
A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A와는 다르지만 A와 유사한 B를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A는 시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비유다. 시의 초보자는 '비유가 없는 시는 죽은 시'라는 생각으로 시를 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시는 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감성적, 정서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가령 '사랑은 사랑이다'라는 말이나 '사랑이란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백과 사전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면 이것은 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을 '그 사람의 뜨거운 눈물을 보았습니다' 라던지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한다면 시가 된다는 것이다. 직접 표현하지 않고 A를 B로 전이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시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의 언어를 메타언어(meta language / 언어에 대해 말하는 언어)라고 하는데, A를 무엇에 비유하느냐에 따라서 시의 수준이 결정 된다.
오늘은 출타 중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시간이 다 되버렸다. 머물고 있는 호텔의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글을 쓰는데 눈에 무리도 갔나보다. 애를 먹었다. 내용을 검토할 시간도 없고 예시(例詩)도 언급하지 못했다. 다음 주에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
-이어산, <생명 시 운동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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