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제73강
■ 시의 방향을 잡는 작법(作法)
시를 쓴다는 것은 멋있는 일이면서도 그 결과물을 내어놓기 까지는 엄청난 정신노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처음엔 신이 나서 막 쓸 때도 있지만 시를 알면 알수록 조심스러워지고 어떨 땐 시가 무서워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묻는 말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자꾸 쓰면서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법을 모르거나 서툴러서 헤매는 사람에게 "무조건 쓰면서 깨달으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무책임 하다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밴드를 통해서 시 창작의 방법을 여러 모양으로 소개하는 것인데 그 많은 방법 중 당신에게 공감이 가고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되면 그것을 완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시작(詩作)에 적극 활용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만이 그 간접경험을 통해서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이 강의를 통해서 소개한 시 작법만 제대로 반영시켜도 당신은 정말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꼭꼭 씹어서 먹지 않는다면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여기저기 간만 보고 다니는 사람치고 제대로 시를 쓰는 사람이 드물다. 그것은 진득해야 할 시 짓기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의 정서에 맞는 시인을 정하여 그 시집의 시를 달달 외울 정도로 집중하면서 시를 필사도 하고 페로디도 해보고 그 시가 지닌 의미와 향기까지 알게 될 때 쯤이면 점점 나의 색깔을 드러내는 시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누구의 시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번개처럼 튀어나오는 이름이 없다면 시의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있다. 처음 시를 쓸 때는 다양하게 시집도 읽어야 하고 여러 방법으로 시를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연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는 이런유의 시를 써보겠다"라는 방향이 정해지기를 바란다. 이 과정까지 와야 비로소 당신은 시의 길로 들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 나만의 시 쓰기 훈련법 일곱 가지
1. 사물에 대한 집착을 가질 것
사물의 모양, 크기, 색, 특성을 관찰하여 새로운 발견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찾아서 나의 사람살이에 연결하라.
2. 내가 좋아하는 시를 필사할 것
마음에 드는 시를 적어놓고 그것을 모방하여 시를 쓰는 것이다. 모방시를 쓰되 그 낱말이나 내용을 응용하라는 것이지 내것으로 만들면 절대 안된다. 시 쓰기는 좋은 시의 모방에서 시 쓰기의 습관을 익히고 그 습관에서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3.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정리 할 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했던 가족, 친구, 연인, 스승이나 어떤 사물 등을 정리하여 왜 사랑했는지 그 동기를 적어보라. 생김새, 마음씨, 습관 등 내가 느꼈던 것을 미화없이 사실적으로 써보라.
4. 좋아하는 장소를 기록 할 것
지금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서 기록하고 왜 그 장소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공간은 어떤 색으로 기억되는지 그 색만 생각하면서 가만히 10분 이상 묵상해 보라. 한 가지의 색깔 만으로도 여러 편의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거나 의미있는 그 장소를 시간 있을 때 마다 상상으로 방문하고 그 느낌을 기록하라.
5. 좋았거나 나쁜 추억을 기록 할 것.
기분 좋았거나 달콤했던 기억 뿐 아니라 기억하기조차 싫은 추억까지도 내 삶에 긍정적으로 기록하여 보라. 긍정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훈련이다.
6. 나의 단점을 나열해 보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와 나의 성격, 습관 등을 과감하게 써놓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7. 오늘 아침 내 모습을 기록 할 것
잠에서 깨어 났을 때의 기분, 오늘 할 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 무의식적으로 넘기면 목표가 없어진다. 이것은 단순한 생각의 틀을 의미있게 바꾸는 연습이다.
위 일곱 가지 방법은 시를 생동감 있게 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기초훈련이다. 살아 숨 쉬듯 생생한 표현법을 익히는 것은 당신의 시가 살아 있는 시가 되게 하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끈기가 약한 사람은 "나는 시를 쓸만한 소질이 없나봐"라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린 아기가 처음부터 걷거나 뛸 수 없듯이 처음부터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에게나 숨겨져 있는 재능과 능력의 발현은 연습을 통하지 않고는 힘든 것이다. 현실에 대한 깊은 고뇌와 문제의식, 인간관계를 문자로 축약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시인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아래 소개하는 시는 어젯밤 조촐한 출판기념식을 가졌던 우리 밴드의 고문이신 김명서 시인의 시집 <야만의 사육제>에 실려 있는 시다. 죽을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있는 그녀의 삶을 정리한 듯한 유서 같은 시집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피가 튀고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까지도 생생한 시어로 사람살이의 보고서를 써 내려간 무녀(巫女)의 주술 같은 고백을 보면서 시인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케 되었다.
블 루 파 일
-수면내시경
번번이 바닥을 치고
설계도면에 없는 오산에 왔다
수생식물처럼
아직 편입되지 못한 주소는 발부리를 들고 있다
오산(誤算)과 오산(烏山)에서 얻은 속쓰림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주사를 놓는 의사
익숙한 솜씨로 나를 접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휙 나가버린다
엉겁결에 국어사전으로 들어가
한글색인을 뒤진다
자음과 모음을 발음 순으로 배열한다
몸이 나른하게 풀어진다
하얀 거품이 몸 가장자리로 흘러넘친다
기계가 목줄기를 타고 위장으로 들어간다
자폐 같은 시간에 끌려온 때문일까 위벽에 울퉁불퉁 솟은 석순들
묵음의 코드로 부호화되어 있다
석순을 모조리 먹어치운 기계,
마구 솟구치는 피를 놓치고 만다
아픈 것은 몸이 아니라
포기를 모르는 절망일 것이다
※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김명서 시집 <야만의 사육제>를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제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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