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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시 창작 강좌> 제70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54
<토요 시 창작 강좌> 제70강

   이 강좌가 어느듯 70강이 되었다. 그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강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성원하여 주신 회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100강 때인 올 12월 말쯤 공개강좌를 통하여 회원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의 어줍잖은 강의가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중 시키기도 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는 것은 나도 처음 시를 배울 때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랬었고 그런 경험담을 여럿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를 쓰면서 아주 궁금해 했거나 풀리지 않았던 시작난관(詩作難關)이 하나 둘 풀릴 때도 있었기에 우리 회원들도 그런 경험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강의를 계속해온 것이다. 혹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 회원들께 잘못 전달된 내용이 있었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 하시기를 바란다. 내 능력의 한계도 있지만 시인들의 시론 역시 각자 다를 수 있기에 "이것이 답이다"라고 단정지울 수 없어서  그런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기초적이고 합일된 시론은 있는 것이다. 나는 회원들이 이 강좌를 통하여 최소한 그 기초라도 알고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독자라도 되자라는 생각으로 이 밴드를 운영해 왔다. 더러는 날밤을 세워가며 힘들게 쓴 시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불만과 적극적인 관심을 표해주지 않아서 섭섭한 분들도 있었을 것이고 더러는 이 밴드에 올라오는 시의 수준이 자신과 맞지 않아서 탈퇴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다시 한 번 밝히거니와 이 밴드는 시를 잘 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독자운동, 시를 알고 쓰자는 "생명시 운동"에 목적이 있다. 더불어서 시가 좋고 적극적인 분들에게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드리는 일에도 아무 조건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온갖 교묘한 이해관계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말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려는 이 밴드의 진정성을 믿는 회원들이라면 우리의 뜻에 동의, 동행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그동안 묵묵히 도와주신 운영위원 여러분과 격려와 지지해 주신 회원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서두가 길었기에 기초적인 시 작법 중에서 현대시를 이루는 중요 요소를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현대시를 이루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시의 의미성"이다. 한 편의 시 속에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속뜻이 내포되어 있는 시가 시다운 것이다. 너무 드러나 버리면 산문이 된다. 시 전체에 담겨있는 정서와 사상을 직접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배후에 숨어있는 이미지가 암시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떠오르도록 하는 표현 방법이 오랜 세월 가장 시다운 것으로 합일 되었기에 이 부분을 관과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 시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서 기초중의 기초가 "수사법"이다.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집을 짓는 목수가 기둥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거나 지붕을 덮을 능력이 안되어서 바람에 넘어지거나 비가 줄줄 새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을 지은 것과 같다. 그래서 어설픈 수사법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초보일 때는 차라리 담백하고 정직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수사법에 대해서 물어보면 중,고등학교에서 배웠기에 너무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시에 반영시키는 방법이 서툰 경우를 많이 본다. 알고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반영시킬 수만 있다면 좋은 시를 쓸 수 있는데 오히려 그 중요성에 둔감할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법 중 맨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직유법(直喩法/simple)이다. 비유법 중 가장 간단하고 명쾌한 형식으로 두 개의 사물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같다' '~인양' '~같은' '~처럼' '~듯이'등의 표현 형식이다.
  
   밤새 자애로운 봄비의 다스림에
   태초의 첫날처럼 반짝 깨어난 아침

   발돋움하고 빨래 너는 안해의 모습도 어여쁘고
   마을 위 고목 가지에 깍깍이는 까치소리도 기름져
  
   흠뻑 물오른 검은 가지, 엄지 같은 움
   하늘엔 자양한 햇발이 우유처럼 자욱하다
        - 유치환, <조춘(早春)> 전문

   위 시에서처럼 A와 B, 두 사물간의 유사성을 발견하여 직접 연결하는 기법인데 우리에게 좀더 확실히 알려진 것과 덜 알려진 것의 비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질성이나 사물과 연관되는 정신(사상 또는 관념)이 너무 둥떨어지면 이 비유법을 쓰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가 있으므로 적절하고 적확(的確)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직유법과 대조되는 수사법으론 은유법(隱喩法/metaphor)이 있다. 은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원관념(tenor)과 보조관념(vehicle)을 동일시 다루는 것인데 암유(暗喩)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감춰진 이미지다. 즉 '내마음은 호수요' '소리없는 아우성'  '책상다리'  '바늘 귀'  '저울 눈'등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표현 방법이다. 현대시를 말할 때 "시란 은유다"라고 말해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로 시에서는 매우 중요한 수사법이다. 은유법에는 치환은유(置換隱喩)와 병치은유(竝置隱喩), 대유(代喩)등의 갈래로 나눠지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것은 다음에 다시 소개하도록 하고 오늘은 널리 알려진 치환은유의 활용이 돋보이는 유치환 님의 시 한 편을 더 보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유치환, <깃발> 전문

    시를 쓸 때 은유만 잘 활용해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깃발'이라는 말이 한 번도 본문 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은'이라는 말로 대치 하였고 2행 부터는 '이것은'이라는 말도 생략해 버렸다. 다만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 '이념의 푯대' 등의 보조관념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모두는 깃발의 일부분인 것이다.
   이처럼 원관념이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 있거나 생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를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는 것은 두 사물간의 동일성이나 보편적 상상력이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고 유추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치환은유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음에 기인하고 있다.

   오늘은 간단하게 시 작법의 중요 요소를 살펴봤는데 소개한 것 외에도 수사법의 갈래는 마흔 가지 쯤 된다. 다 익히면 더욱 좋겠지만 시를 쓰는데 이용하거나 참고 하여 더 좋은 시적 표현을 하라는 것일 뿐 그 법칙의 테두리에 갇혀서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거니와 시는 우리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며 그 노래에 부표를 찍고 음과 리듬을 살리는 것이다. 또한 시쓰기란 사물을 사랑하는 사랑싸움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시적 대상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사랑의 싸움을 잘하여 승리하기 바란다. 그런 적극성을 가진 사람이 시의 영토를 차지할 수 있고 시인의 깃발을 올릴 수 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