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 제71강
■ 완성된 시와 시 이전의 시
이 밴드의 회원들 중에는 시를 좋아하는 이유만으로 회원이 된 독자도 있을 것이고 시에 관심이 많거나 시를 쓰고는 있지만 체계적으로 시 공부를 하지 못하여 목말라했던 사람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공통분모는 등단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모두가 시의 언저리에 있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시를 이해하거나 쓰는 수준이 제각각 이라는 점이다. 나는 강의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 고심을 하다가 그동안은 기초적인 시 작법과 시인의 자세에 관한 것, 가끔은 심화과정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어려운 개념도 쉽게 풀이하여 소개하려고 지난 2년의 세월동안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강의가 어렵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강의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거나 펨훼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고 있다. 수준을 높이자니 중간에 회원이 된 사람들의 질문에 기초적인 것을 다시 언급해야 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그동안 될 수 있으면 가입을 허락하지 않았던 등단 시인들의 가입도 이어졌고 속성으로 시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지도요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개인적 지도를 할만한 시간과 능력이 되지 않아서 정중히 거절하는데도 가끔은 오해하는 사람들이 섭섭함을 직간접으로 표해 오기도 한다.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심을 했다. 그동안 밴드 강의에는 포함하지 않았던 시 짓기의 몇 가지 방법을 공개하기로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평론가는 "오랜 시간동안 연마해야 깨달을 수 있는 중요한 노하우를 공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반농으로 질책을 하기도 했지만 나를 믿고 따라와 준 회원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내가 시를 쓴지 10년이 넘어서야 겨우 깨달은 것들을 오늘 부터 몇 주간에 걸쳐서 연재할 작정이다. 어떤 사람은 10년, 20년, 아니 평생 시를 썼으면서도 고쳐지지 않거나 몰랐던 시 작법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 내용이지만 귀하게 익히면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스쳐서 지나가면 별 게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시 창작에 관심이 있다면 집중하여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 시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시를 잡는 형상(틀)을 "운율"이라고 하고 시의 존재를 그 형상(틀)에 담는 손을 "비유"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가지만 이해하면 시 작법의 90%는 완성된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핵심적 내용만 언급한다.
문자나 종이가 없었을 때 시는 노래의 가사였다. 말을 기록하거나 전달하는 방법으로 노래가 이용되었고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시는 정형화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노래는 정형시이고 운율이 있어야 시가 되었다. 그러다가 시에도 혁명이 일어났다. 인쇄술이 나오고 나서는 굳이 시가 기록성이나 전달성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그 위치를 "책"이 담당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가 외재율을 지킬 필요가 없이 자유로와 지고 1855년 윌터 휘트먼(Walt Whitman/미국의 시인, 1819~1942)의 시집 풀잎(Leaves of Grass)이 발간 되므로 최초의 자유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인쇄술이 서양의 그것보다 훨씬 앞섰지만 영어는 100자 정도면 책을 다 만들 수 있었지만 우리의 한글은 1,000자를 동원해도 책을 완성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한문은 10만자(拾萬字)도 더 되는 문자의 구조로 인하여 앞서가던 동양의 시가 서양의 자유시에 뒤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유시에 있어서는 내재율이 없다. 자유로운 외재율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의 호흡은 인간의 호흡과 같은 것이므로 호흡을 등한시 하는 시는 시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과 같다. 호흡이란 바로 운율이다. 그러나 편협한 운율은 버려야 한다는 정과리 시인의 말처럼 리듬의 흐름을 잘 이해하여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은 항상 기억해야 한다.
비유란 수사학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 상상된 유사성/상징, 공상, 인유, 직유 등
둘째 : 암시적인 연상/과장, 환유, 제유 등
셋째 : 귀나 눈에 호소하는 것/ 의성어나 파격적인 말, 두운(頭韻) 등
( ※ 위를 다 설명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중요한 것만 우선 설명한다.)
우리 밴드에 올라오는 시를 보면 시적 좋은 재료가 많다. 예를 들어서 궁중요리를 할만큼 훌륭한 식재료를 여기저기에서 어렵게 구하여 화려할 정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친절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자세히 보라. 제목을 A라 써 놓고 그 A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그친 시가 너무도 많다. 즉 시의 제목에 얽매여서 시의 내용이 제목과 연관되는 온갖 좋은 재료를 소개만 하고 정작 요리를 하지 않는다. A는 B인 것을 뛰어 넘어서 C가 되게 하는 것이 현대 자유시의 기본 요리법이다. 해물탕의 재료가 아무리 싱싱하고 좋다고 할지라도 요리하지 않으면 해물탕이 되지 않는 것처럼 요리되지 않은 시는 <시 이전의 시>인 것이다. 시에서 진술과 묘사에 그치면 요리되지 않은 재료 설명에 불과하다. 선택된 낱말들을 문법에 따라 조합하고 배열해 놓은 것은 시가 아닐 가능성, 즉 산문에 가깝게 되거나 시 이전의 시라는 사실에 눈을 크게 떠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요리를 할까?
요리의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암시적인 연상, 즉 은유(隱喩)와 환유(換喩)이다.
은유는 한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라면 환유는 한 개체를 그 개체와 관련 있는 다른 개체로써 말하는 방법이다. 처음 시를 쓸 때는 은유와 직유를 많이 쓴다. 은유는 '진술'이지만 직유는 '묘사'인데 은유와 직유만으로는 시가 온전하게 완성되기 힘들다. 수령이 5백 년도 더 된 매화나무를 대상으로 시를 쓴다고 치자. 우리는 그 매화 이름을 제목으로 붙여놓고 어떻게 하면 그 매화를 잘 묘사하고 진술할 것인가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시로써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매화나무에 숨겨진 그늘까지를 입체적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 산문은 평면적 진술이고 시는 입체성을 띤 결합 구조인데 그 결합 속에 나만의 경험이나 사상, 색깔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비유와 환유의 입체적 결합이라고 한다. 직접적인 것은 '비유'이고 인접성을 띤 것이 '환유'인데 이것을 입체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시 이전의 시"가 되기 쉽상이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제23)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73강 시의 방향을 잡는 작법(作法) (0) | 2017.12.25 |
|---|---|
| 제72강 시의 게릴라 되기 (0) | 2017.12.25 |
| <토요 시 창작 강좌> 제70강 (0) | 2017.12.25 |
| 제69강 시를 쓰기 위한 조건 (0) | 2017.12.25 |
| 제68강 시의 응시, 소재와 주제 (0) | 2017.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