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64강 시와 이미지(심화과정2)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46

 <토요 시 창작 강좌> 제64강

   ■ 시와 이미지(심화과정2)

   시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은 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이미지를 제대로 공부하여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데에는 대학 문창과 학생들도 보통 6개월 이상,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토요강좌 한두 번으로 그것을 설명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축약하여 핵심만 소개하려고 한다. 앞으로 중요한 내용은 시간 되는대로 조금씩 다시 언급하겠지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이 강좌를 계속하는 목적도 시를 공부하고 깨달아 가는 시사랑운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건 없이 하는 것이다.

   당신은 시의 이미지를 무엇으로 이해하는가? 이미지를 가장 단순하게 말하여 '말로 만들어진 그림'이다. 그것은 하나의 형용사든 은유나 직유, 또는 비유나 묘사적 어구로도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사용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어떤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근대시의 핵심이 리듬에 있었다면 현대시의 핵심은 이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이미지 중심에서 의미 중심의 시로 옮겨가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리듬이나 이미지의 중요성이 퇴색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시 자체가 안되거나 시가 맛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시를 쓰고자 하면 리듬과 이미지를 시에 넣는 방법을 반드시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 이미지의 분류

   1. 심리적 이미지(Mental Image)
       사람의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 기관을 동원하여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이미지가 생산되게 하는 방법이다. 즉 색채나 명암, 사물의 움직임을 새로운 각도로 포착해 내는 것이고, 소리의 장단, 강약 등 청각을 통해 얻어지는 순간의 감정을 잡아내는 것이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박목월 <나그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김춘수 <꽃>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 이동주 <강강술레>

   2. 비유적 이미지(Figurative Image)
       이 이미지는 직유나 은유, 제유, 활유 등 다양한 비유법이 있으며 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사물을 병치 비유함으로써 과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진리를 통찰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들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포괄하여 한 편의 시 속에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게 표현된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군을 이미저리(Imagery)라고 하는데, 이질적인 것, 모순되는 것들의 충돌을 통하여 긴장감과 참신한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 방법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표지석이 '자지마을 입구'다
   남자들만 사는 마을이 아닐 텐데
   제주사람에게 물었더니
   그런 마을은 없다고 했다
   내가 분명히 봤는데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은 마을
   '저지마을 입구'로 고쳐져 있다
   정신이 해맑은 토박이 여인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낭군을 그리다가
   튼실한 획을 남근처럼 넣었다는데
   세자빈을 사랑했던 이만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위하여 남근을 제거당한
   로마의 소프라노 소년들처럼
   한무제가 사마천을 그랬듯이
   마을 표지석이 궁형을 당한 흔적
   뚜렷하다

   시인도 살고 화가도 살고
   음악가도 모여사는
   저지예술인마을 지나
   저지오름에 저지저지 힘을 주며 올랐다
   비양도도 보이고 수월봉도 보이고
   착한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여인의 꿈처럼
   남자들만 살 것 같은 마을
   아름다와서 왈깍, 눈물이 나는.

        - 이어산 졸시, <시각적 오류> 전문
  
   한 편의 시에서 언급되는 시각과 감각, 지각되는 모든 대상과 특질을 이미지라 한다면 위의 시에서도 비유를 통해서 그림처럼 그려진 이미지도 있고 표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감춰진 이미지(중층묘사)가 떠오르도록 하는 등 이미저리를 동원한 작법을 보여준다.

   3. 상징적 이미지(Symbolic Image)
       넓은 의미로 볼 때 모든 언어는 상징이다. 해, 달, 별, 흙 등 정직성의 상징이 있고 '피'가 정열을 상징하고 '어머니'는 모성애, 자식사랑 등 복합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시인의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민첩하게 지인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앙상하게 남은 저녁 한 사발을 들이마시고 여섯 남매 중 삼남인 내 품에서 당신의 집에 불을 끄셨다. 나는 재빨리, 골목 끝자락에 우뚝한 빈집의 문패를 바꿔달고 적당히 넓은 거실의 조명을 바꾸고 이층 서재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는, 줄 세 개의 완장을 찬 형님과 퉁퉁 부은 소복의 누님이 보도록 넉 줄 짜리 완장을 어머니의 영정 옆에 공로패처럼 올려놓았다. 어슬픈 친척들과 내편인 문상객들은 유적을 발굴하듯 이태 전에 내가 사드렸던 싸구려 한복을 꺼집어 내어 놓고 명품증명서를 발급한다. 잔기침이 났지만 나는 얼굴색도 바꾸지 않았다.

               - 이어산 졸시, <아바타> 전문

   위 시는 나의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의 심경을 적은 시다.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R. Frost)는 "표면적 이미지 외에 이면에 감춰진 이미지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바타"는 나를 대신하는 또 다른 존재다. 내가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아바타'와 '완장'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인들과 어설픈 친척, 문상객은 모두 나의 아바타였다. 상주는 줄이 세 개인 완장을 찬다. 넉 줄의 완장이 함의(含意)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하여 화자의 심경을 표현한 것인데 이런 시는 결국 고백을 통한 회한의 반성문인 것이다. 

   위 세 종류의 이미지 외에도 "서술적 이미지"도 있다. 오르지 그림을 그리듯 하나의 장면을 그려내는 것인데 "묘사"라고도 한다. 이것은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시작법이다. 서술적 이미지는 진술을 하기위한 전단계 이거나 서술만을 통하여 시를 완성할 수도 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므로 다음에 다시 이 부분을 언급하겠다.

   지난주에 내어드린 숙제를 올려주신 회원들께 감사 드린다.
   앞으로 시를 쓸 때 꼭 명심해야 할 일은  제목에서 내용이 드러나 버리면 그 시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봄 이야기가 내용에 들어 있는데 제목을 '봄'이라고 하면 그 시는 아주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봄이라는 말이 전혀 없이 아이들 싸우는 이야기만 실컷 해놓고 제목을 "봄"이라고 했을 땐 그것은 시가 된다. 내용이 짐작되는 시는 시시하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시의 내용에는 제목으로 붙여진 단어가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써보라고 했던 것이다.
   앞으로 내용을 설명하려는 목적으로 제목을 달거나 제목의 단어가 내용에 들어가는 작법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시의 제목은 시의 전체 이미지를 연결할 수 있는 전혀 엉뚱한 것이 시를 한층 재미있고 시답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졸시 두 편을 소개한 것도 이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16

    ●알림

   여러분의 창작의식을 고취하고자 몇 주에 걸쳐서 숙제를 내어드리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내신 분께 평도 해드리고 선물을 드리기도 했는데 그것이 불편한 회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서 이번 주부터 숙제 내어드리는 것은 중단합니다. 이 밴드의 목적은 시를 잘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 공간입니다. 그러고 시를 제대로 읽어내고 써보자는 공부공간 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수한 이 목적도 색안경을 끼고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앞으로 밴드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을 점검하는 운영위원회의를 거쳐서 심각한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숙제를 올려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 번이라도 숙제를 올려주신 분들껜 제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을 한 권씩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개인 창에 주소와 연락처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