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창작 강좌> 제61강
■ 시 공부 60강의 소감
지금은 "어린아이의 손에도 도서관이 있다"고 할 만큼 날로 진화하는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방금 악수한 사람의 정보도 돌아서서 확인이 가능하고 세상의 온갖 지식도 핸드폰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이젠 지식을 자랑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 문학지를 운영하는 지인의 청탁을 받아 "밴드에서의 시 창작"이라는 논문 비슷한 평론을 쓰기 위해 시 전문 밴드를 살펴볼 기회를 가졌었다.
내가 어렵게 조사한 SNS상의 시 밴드는 모두 46개 였는데 대체적으로 운영방법이 비슷했고 시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기가 올린 것이 비시(非詩)임을 알지 못하거나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내가 판단한 수준에서의 작품성 있는 시들도 가끔 눈에 띄기는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정보나 글, 남의 시, 사진, 유투브 등을 소개하거나 신변 잡기의 온갖 잡담을 하여도 밴드관리가 되지 않고 심지어 자기가 쓴 글을 아홉 곳에 동시에 올려 놓고는 설익은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것으로 도배하면서 자기의 지식이 넓이와 깊이가 있는냥 거들먹거리는 듯한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리더들을 분석한 결과 시단에 알려진 시인들도 있었지만 대개 소위 3류 잡지로 등단을 했거나 아마추어 시인이 운영하는 밴드가 주류를 이루었다. 드물게는 전문적으로 시를 공부 하면서 내실에 치중하는 밴드도 있었지만 상업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거나 순수해 보이지 않은 밴드도 많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은 시 창작에 목말라 하거나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아주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많은 아마추어 시인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하게될 정도였다.
2년 전은 내 인생을 흔들만한 큰 실패를 경험하고 절필을 선언한지 10년이 된 때 였는데 다행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일들이 치유되고 못 자국은 남았지만 원상회복이 거의 되었다. 그래서 다시 평론을 하고 시를 쓸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 이기도 했다. 그런 때에 밴드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되었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시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10년의 공백이 있었던 터라 시인으로 이름을 떨치기 위한 노력보다는 시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내 삶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었고 어릴 때 부터 다녔던 교회에서 배운 봉사하는 삶의 가치와도 맞았다.
나는 이 밴드에 시 창작 강좌를 60강 까지 이어 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뜨는 내용, 공식처럼 알려진 시창작 강좌는 식상하여 회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없고 뜬구름 잡는식의 이론으로는 초보 시인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있다. 내가 처음 시를 공부할 때와 주변의 동료들도 다 그런 경험을 했다라는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론서를 보거나 공부를 할 수록 헷갈렸던 초보시절을 나도 오래 경험 하기도 했다. 체계적으로 시를 공부할 수도 없는 밴드의 특질을 고려하여 대학 강의 같은 것이 아니라 될 수 있으면 쉽게 풀이한 현장의 시 창작법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가 잘 안되는 시인은 시 창작 강의를 한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인터넷에서 퍼온 시창작법으로 너도나도 시의 전문가 행세를 하는 세태에서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망설여 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30여 년 시의 현장에 있었던 작은 달란트를 썩히지 말라는 스승님의 조언도 있었고 나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배우는 자세로 시가 세상에 긍정적으로 이바지 하고 시인다운 시인, 독자다운 독자 운동에 힘을 보태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어제는 꽤 유명한 시인과 통화를 하는 중에 그는 내가 밴드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밴드에 집중하며 시간과 땀과 물질을 낭비하느냐"고 "혹시 밴드를 하면서 되지도 않는 잡지나 만들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냐?"고 농반 진반으로 물었다. 충격이었다. 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이 밴드를 운영한다고 하여도 이렇게 다른 시각, 의심의 눈으로 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해보니 1년 6개 월전 처음 밴드를 시작한 후 1천 명이 넘는 회원들이 몰려 왔을 땐 의욕이 넘치기도 하였지만 우리 밴드의 목적에 맞지않는 의도를 갖고 회원이 된 사람이 상당수 있음을 확인하고는 시 전문 밴드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일부 회원을 강퇴시키는 작업을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퇴대상의 회원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고 때로는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밴드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사라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시가 좋아서 열심히 글을 쓰는 회원들을 외면 할 수가 없어서 시사모 1밴드는 폐쇄하고 지금의 밴드로 축소 정예화 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나는 단언컨데 이 밴드를 내 개인적 목적에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밴드를 통하여 이익을 얻을 일도 없겠지만 설사 이익이 되는 일이 있다해도 그것에 기대어 득볼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 밴드는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밴드의 모든 사항은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의논되고 집행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달의 작품상이나 댓글상 후보도 밴드장인 나는 추천할 수 없고 운영위원들만 추천권을 갖고 있다. 나는 다만 밴드의 대표로서 부족하지만 시 창작 강의에 집중하고 전체적인 방향만 조언할 뿐이다.
나에게 큰 어려움이 닥쳐서 외롭게 헤매고 있었을 때 그래도 나를 지켜주었던 시, 내가 어줍잖게라도 할 수 있는 평론, 지난 30여 년간 해왔던 이 작은 달란트가 시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내 삶의 마지막 정열을 쏟아도 될 만한 보람된 일일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서 시작한 것이 시사모의 생명시 운동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시작한 나의 생업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시에 봉사할 수 있는 떳떳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여서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서 이 밴드에 봉사하고 있다.
확실히 말하거니와 이 밴드의 주인은 회원들이다. 나와 공동리더들은 회원들을 위한 도우미에 불과하다. 생명시 운동은 제대로 된 시인의 길, 시를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의 길을 가자는 운동이다.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을 선호하는 밴드라면 내가 알고 있는 시인들을 많이 가입 시켰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추어 시인과 독자들은 자리잡을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아마추어 시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를 위해서 몇 분의 기성 시인을 배치하고 이 밴드를 통해서 탄생하는 시인 중심으로 앞으로도 운영하고 싶은 것이다. 바라기는 이 밴드가 우리 삶과 이웃에게 긍정적으로 이바지 할 수만 있다면 생명시 운동으로 시작한 이 일은 성공이라는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새로 가입한 회원들이 많기에 60강을 마친 그간의 사정과 심경을 한 번쯤 밝혀놓는 것이다.
다음주 부터는 시창작의 실제를 좀더 심화시킨 내용으로 회원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지난주에 내어 드렸던 숙제,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페러디한 시 쓰기'였는데 열심히 시를 써서 올려 주신 회원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그 중에서 다음 세 분의 글을 뽑았다.
작은 선물을 보낸다.
다음주에는 5월을 소재로 하여 시를 만들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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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제에서 뽑은 <이주의 시>
시인이 된다는 것은 / 밀란 쿤데라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
왜냐하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어린애처럼 작은 곱셈 구구단 속에서
영원히 머뭇거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시인이 된다는 것은
항상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주부가 된다는 것은 / 나영민
주부가 된다는 것은
끝까지 헌신하라는 의미이지
부인으로서 내조
엄마로서 헌신
주부로서 지혜
며느리로서 의무
그다음 처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지
그 전엔 절대로 큰소리 내서는 안될 일
왜냐하면 삶이라는 평가는
그대에게 미미할 정도로 볼품없이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소소하게 작은 평가 속에서
영원히 초라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주부가 된다는 것은
항상 끝까지 배려하라는 것을 의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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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말하는 건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 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서는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 것이 실패로 끝난다 할지라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 것들을 그 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초지일관 그 때는 머나먼 꿈 / 김금화
절망과 좌절을 밥 말아 먹듯
늪 같이 스스로는 헤어날 수 없을 때
시인의 가슴에서 우려낸 영혼 깃든 시는
육체는 병들어 숨 쉬기도 어려운 나에게
사랑하며 사는 방법 곁에서
훈육하듯 타이르고 힘을 싣고
강해지기 위해 자신을 이기는 법부터
매순간 사랑을 위한 사랑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시가 나를 울리고 웃음 주는 에너지 열정
시를 통해 우물 밖으로 나오게 될 줄이야
글자 한자한자 뼛 속에 새기며
춤을 추고 노래하고 빗 속을 뛰면
김이 모락모락 날 것 같은 몸으로
겁 없고 미친 듯 9회말 투아웃 만루 인생
손에 땀을 쥐게하는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이
살아있는 자체가 모험이고 도전이며
믿음이 되는.. 비록 몸은 갈수록
더 빨리 방전되고 풍전등화 일 망정
죽기전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
인생은 연습없는 실전이라 믿게 됐으니까
내가 시인의 발걸음 속에서 발견한 건
다이아몬드 다. 원석을 장인의 손에서 다듬듯
인생을 걸어도 좋을 내 젊음이다
시는 한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때 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으리라
매순간 행복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며
꿈같이 사는 오늘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ㅇ / 함민복
ㅇ은 백지를 움켜쥐고 있다
평면도 움켜쥘 수 있는가
ㅇ은 없어도 움켜 쥔다
ㅇ은 구멍을 움켜쥐고 있다
구멍은 끝없이 빠져나가도 구멍이다
백지에 섬을만든 ㅇ은 백지에 갇힌다
ㅇ은 출발도 끝도 버린다
ㅡ / 김영익
ㅡ 는 지평선을 깔아 놓고 있다
세상도 길게 눕힐 수 있을까
ㅡ 는 위아래도 갈라 놓는다
ㅡ 는 하늘땅은 붙여놓는다
하늘땅은 아무리 높고 넓어도 하늘땅이다
하늘땅의 ㅡ 에 선 나는 탈출을 꿈꾼다
ㅡ 에서 위아래 하늘땅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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