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57강 언어 경제의 법칙(시의 기본 2)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34

  <토요 시창작 강의>제57강

   ■ 언어 경제의 법칙(시의 기본 2)

   시 쓰기에도 경제의 법칙을 모르면 실패한다. 경제의 법칙이란 무엇인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시의 핵심도 그렇다. 최대한 줄여서 말하되 최대한의 의미와 감동을 조합한 말의 덩어리를 건져 올리는 언어 경제활동이다. 언어의 경제를 무시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시 쓰기의 처음은 언어의 경제를 배우는 일이다. 언어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시인으로 살아남기란 어렵다. 나는 지난 주에 언어의 창고를 채워서 당신만의 시어사전을 갖도록 하라는 숙제를 내어드린바 있다. 정제된 언어의 창고가 없으면 말을 함부로 하는 시정 잡배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함부로 쓴 글은 폭력성을 지니게도 된다. 시답잖은 말을 끌어모아 시가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는체 저잣거리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시를 쓸 땐 엉덩이로 써라는 말이 있다. 조급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시를 머리로 쓰면 머리를 때리고 가슴으로 쓰면 가슴을 때린다. 가슴으로 쓴다는 것은 시에 대한 열정, 언어의 창고를 채워놓는 열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시적인 문자도 말로 사용하면 날아가지만 노트에 남기면 내 재산이 된다'는 것이다. 즉 언어의 경제활동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의 씨앗을 창고에 많이 보관하라는 말이다. 그리하면 창고에 있던 언어들이 당신의 가슴에 감격스럽게 안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나희덕, <서시> 전문

   나희덕 시인은 가슴으로 불을 지펴 독자가 감동하는 글을 쓰자는 것이다. 연기만 피우는 글이란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여 명징(明澄)한 이미지를 해치는 글인데 그런 작법(作法)을 중단하고 진정으로 삶과 시가 같이 가는 언어의 최대공약수를 뽑아서 감동의 불을 지피도록 퇴고를 계속하자는 다짐으로 느껴지는 시다. 다작(多作)의 시인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감동이 되는 시, 재미있는 시 한 편을 쓴 시인이 더욱 오래남고 빛나는 것이다. 신경림 시인은 "아무리 훌륭하다는 시도 읽는 재미가 없으면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말하면서 "시는 예술이니까 나만 열심히 쓰면 누군가 언젠가는 읽어줄 것이다" 따위의 잘못된 생각을 당장 치우라고 일갈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시를 작품성이 있다는 이유로 좋은 시라고 떠든 사람들이 시와 독자를 멀어지게 한 주범이라고 흥분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 반칠환, <봄> 전문


   개나리
   노오란 덧니가 반짝인다

   햇볕도 앞가슴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무용시간이 끝났는지
   신발 주머니를 든 채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유치원 뜰이다

                - 손동연, <봄> 전문
  

   위의 시엔 봄이란 제목이지만 내용 중엔 봄이란 단어가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았다. 장미 꽃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아도 장미의 아를다움을 표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시가 되는 것처럼. 그리고 시의 제목은 시의 내용과 관련이 있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이기에 그 제목에 값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밑그림도 없이 쓰다보면 중언부언하는 글이 되어서 제목은 한강인데 내용은 내장산 봄 이야기처럼 엉뚱한 글, 즉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 같은 글이 나올 수 있다.
   시의 언어는 전달하려는 내용과 느낌이 제목과 주제에 부합해야 하고 설명하려거나 말하지 말고 잔가지를 없애고 그림처럼 보여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직접적 표현보다는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고 비틀어 말하되 재미 있고 은유를 넣되 감동이 있다면 최고의 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어떻게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담담하게 언어조합을 하느냐에 따라서 말의 덩어리가 갖는 무게와 품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 주 숙제를 내어드린다.
   '봄'에 관한 시를 쓰되 제목에는 봄이라는 단어를 넣지 말고 가장 봄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쓰는 연습이다. 대상을 넓게 잡지 말라. 당신만의 전혀 새로운 대상 한 가지를 정하여 그것이 들려주는 봄 이야기를 시로 만들되 될 수 있으면 내용에도 봄이란 말을 넣지말고 봄이야기를 써보라. 밴드에 올릴 때 <숙제>라고 표시하기 바란다. 시가 되도록 열심히 쓰신 분을 선정하여 선물을 보내드리고자 한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