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42강 시와 이미지(Image)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17

<토요 시창작 강좌> 제42강

   ■ 시와 이미지(Image)

   그동안 여러 번 강조했던 이미지 넣기는 현대시의 핵심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이 부분의 깊은 고민 없이는 시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에서 이미지란 '말로 만들어진 그림'으로써 다른말로 심상(心象)이라고도 한다. 이미지는 은유나 직유 등 비유에 의해서, 혹은 묘사적 어구나 구절로 만들 수도 있는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어떤 영상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근대시의 핵심이 리듬에 있었다면 현대시의 핵심은 이미지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러스킨(J.Ruskin)은 "상상력의 암시 없이 시가 생산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 말은 시가 독자에게 직설적으로 의미를 전달 하면 안되며, 시는 독자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연상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이미지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이미지(Image)란 단일한 심상을 의미하고, 복수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이미저리(Imagery)
라는 용어를 쓴다.
   우선 다음과 같은 이미지에 관한 여러 견해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서 그 속에 단순 이미지가 표현 되었는지 혹은 복합의 이미저리 용법인지도 눈여겨 보자.

   첫째, 사물의 구체적 묘사
   둘째, 정서의 환기
   셋째, 사상의 육화(肉化)

    사물의 구체적 묘사는 어떤 방법으로 할까?
  
   검은 망토 자락이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산등성이만한
   실팍한 등어리에
   純度 높은
   빛과
   소리를
   한 짐 짊어지고
   都市의 골목으로
   걸어 들어오는
   싱싱한 얼굴.

                    - 정한모, <새벽,3> 전문

   위 시는 추상이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로 구상화 함으로써 '새벽'을 신선하게 드러내고 있다. '망토자락', '산등성이', '도시의 골목'등 몇 가지 구체적 이미지를 형상화 하여 말하고자 했던 '새벽'을 감각적이고 정서적으로 의미를 복합적으로 새롭게 하여 이미저리를 성공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호수처럼 밀려 왔고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기롭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에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전문

   위 시도 이미지 중심으로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 순박한 이름의 소녀는 자연과 어우러져있다. '순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누구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시의 단순한 이미지를 더욱 신선하게 하면서 정서를 환기시켜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있다.

                    -박목월, <난蘭>전문

   위 시는 난이 풍기는 이미지를 끌어다가 인간관계 속에 이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작법(詩作法)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관념과 사상을 육화(肉化)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시를 쓸 때 사상이나 관념이 이미지를 빌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시적 관념시(非詩的 觀念詩/Platonic Poetry )가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