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엉겅퀴 / 김귀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2. 2. 14:30

엉겅퀴 / 김귀례

 

서툰 한국말로 “불이야 불이야”
불길처럼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
십여 명의 사람을 살려 내었다

불법체류자로 내쳐진 너는
치료도 거부한 채 달아나
변두리 공사장을 떠돌며
불안 속에 지내야 했다

엉겅퀴의 가시가
스코틀랜드를 구한 적이 있다
낯선 너의 이름을
엉겅퀴라 불러주고 싶었다

카자흐스탄에서 날아온 붉은 새 한 마리
알리
너의 국적은 사랑이다.
(시집 ‘꽃들은 묻지 않는다’, 시와 사람, 2023)

[시의 눈]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을 구한 의인이면서 또한 불법체류자. 화면을 슬픈 빛깔로 물들이는 이유는 이 모순 때문이다. 수년 전 양양군 원룸 화재 사건 때 2층으로 올라가 여러 인명을 구한 알리. 그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불법체류자인 탓에 치료도 거부한 채 달아나야 했다. 공사장을 떠돌며 극심한 불안 속에 지내야 했던 인물. 알리는 다시 스코틀랜드를 구한 엉겅퀴와 연결고리를 맺는다. 스코틀랜드는 ‘독립’이라는 단어와 강하게 연결된다. 역사에서 스코틀랜드는 수차례 외침을 받았다. 패망 직전까지 다다른 때도 있었다. 스코틀랜드를 공격한 덴마크 병사들이 습지에 들어섰다. 야습을 준비하던 적군이 신발을 벗고 은밀히 스코틀랜드 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을 때 한 병사가 엉겅퀴를 밟았다. 그는 그만 비명을 질렀고, 그 덕분에 적의 공격을 알아챈 스코틀랜드 병사의 공격으로 적들을 물리쳤다. 예쁘지도 않고, 가시가 달린 이 평범한 꽃이 스코틀랜드 국화로 지정돼 사랑받는 데에는 이 전설이 깔려있다. ‘나라를 구한 꽃’, 엉겅퀴는 사람의 냄새가 물큰한 시를 통해 평범한 존재인 알리와 동일 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다. 불길 속에 뛰어든 용기와 의로움, 그 동력은 보편적 사랑이 분명하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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