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이명
산중 외딴집
사람들은 기둥에 장대라도 걸쳐놓으라 하지만
대문이 없으니
그리움이 무시로 드나들고
별이 마구 쏟아져 들어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상시로 들리는 거라
-이명(1951~)
이 시에는 산중에 산인(山人)으로 사는 삶의 한적함과 적막, 심중(心中)의 느긋한 여유가 엿보인다. 지인들은 대문을 달지 않고 사는 시인에게 장대를 걸쳐두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한다. 장대는 사적인 소유와 싸늘한 차단을 뜻하는 것일 테다. 수직의 벽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한 행위를 극구 마다한다. 그리움, 삵이나 고라니 같은 산짐승, 낮 하늘과 밤 하늘이 맘껏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이웃의 왕래, 우편과 같은 것의 교신도 수월할 것이다.
시인은 많은 별이 밤하늘에 돋아 그 별빛이 마당 가득 쏟아지는 것을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라고 표현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니 유쾌하게 웃고 즐기면서 이야기를 하는 이 별빛은 소란과는 크게 달라서 산막의 고요함을 깨지 않고 오히려 운치가 있다. 신선한 감각을 자랑하는 시구이다.
한편 시인은 시 ‘절명여’에서 “소쩍새 울고 간 산은 멀어 숨소리 깊다// 아득한 눈빛”이라고 썼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선미(禪味)가 느껴지기도 한다.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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