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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7일 / 아담 자가예프스키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2. 2. 14:24

1월27일 / 아담 자가예프스키

 

얼어붙은 날. 차가운 태양. 새하얀 입김.
그해 금요일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을 축하해야 하고, 무엇을 애도해야 하는지,
―그날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이자
모차르트의 탄생일이었기에.
우리의 기억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고.
우리의 상상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창턱에 세워 놓은 촛불은 눈물을 흘렸지만
(우리는 촛불을 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스피커에서는 모차르트 초기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로코코,
은빛 가발의 시대, 우리가 아우슈비츠에서 알게 된
회색빛 머리카락이 아닌,
화려한 의복의 시대, 알몸이 아닌,
희망의 시대, 절망이 아닌.
우리의 기억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고,
우리의 상상력은 갖가지 추측 속에서 길을 잃었다.

- 아담 자가예프스키(1945~2021)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는 유대인은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고향에서 추방당했다. 1월 27일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이자/ 모차르트의 탄생일”이다. 창가의 촛불은 눈물을 흘리고, 스피커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인은 이 부조리한 삶의 모순을 “얼어붙은 날. 차가운 태양. 새하얀 입김.”으로 이미지화한다. 유대인의 “회색빛 머리카락”과 “알몸”은 로코코 시대의 “은빛 가발” “화려한 의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감정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 어찌 그날뿐이겠는가. “인간성은 웃음과 울음의 혼합”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애도와 축하,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순교자의 무덤이나 홀로코스트 현장에서 눈물짓다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게 인간이다. 이 시는 그 불협화음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서 있는 것이 최소한의 윤리라고 말한다. 기억의 중력과 상상력의 부력 사이에서, 매 순간 흔들리는 저울의 눈금처럼. 

 [경향신문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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