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시, 봄 / 한분순
갓 물오른 눈꼬리
가지런히 삽상한
곡마단 구경하듯
흰 이를 드러낸
봄
어깨를 지그시 안는
격려로 바람결
영원을 다스리려
낯가리던 꽃 벙글어
서둘러 눈 뜨는 것,
슬기 속 미쁨이다
참하게 피어오르니
기도처럼 품으며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조 시단의 정점에서 감동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한분순 시인은 따뜻하고 보드라우면서 겸손한 천상 시인의 품성을 잃지 않는다.
이번 시집은 주제 면에서나 표현 면에서나 시조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통상적이고 구태의연함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이미지와 언어 구사를 보여주고 있어 매우 신선했다. 현대 시조란 이런 거란 걸 보여준 셈이다.
“이 글 읽는 그대의 끼니가 늘 아름답기를”, 맨 앞 <시인의 말>이다. 이 시인의 말에서도 한분순 시인의 품성이 지그시, 향기를 풍긴다. 이 시집의 특성은 작품 한 편 한 편마다 영어로 번역된 한영시집이라는 점이다. 이봄 시인은 “꽃잎으로 긋는 성호처럼 정화된 한분순 시편들은 생활과 선문답의 경계에서 예지가 요요하다”고 평한다.
[여성소비자신문 허형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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