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자는 다니던 길에서 “처음 만난 빈집”을 본다. 누군가 그곳에 깃들어 밥을 해먹고 살림을 살았을 옛날이 텅 빈 시간으로 남은 곳. 화자는 사람이 떠난 빈집에서 빈 둥지를 발견한다. “쥐똥나무 가는 가지에 둥지를 단 뱁새는 / 알 낳고 새끼 키우고 어디 멀리 갔을까” 생각한다.
총 여섯 행, 여섯 연으로 이뤄진 이 시조는 3연이 절정이다. 빈집 속의 빈집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너르고 깊다. 집 속의 집은 삶 속의 삶을 품는다. 사람 집에 생명을 가진 것들이 집을 짓고 곁에 살다 떠난다. 그런데 빈집은 왜 빈집이 됐을까? 거처를 옮기며 사는 날짐승에게도 사는 일은 쉽지 않았으리라는 짐작에 먹먹해진다.
집을 생각한다. 숲에 사는 온갖 동식물의 집을 떠올린다. 나무의 집은 나무 자신일까? 숲에 사는 새와 도시에 사는 새는 집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를까? 오소리·토끼·다람쥐·두더지의 집은 어떨까?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새끼를 낳거나 몸을 숨기고 쉬어야 할 때 집을 필요로 한다. 벌이나 개미, 허공을 누비는 새의 집짓기를 보면 그들이 건축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은 뱁새의 빈 둥지를 보며 “손짓하는 신의 집”을 떠올린다. 생명이 살다 떠난 장소는 모두 “사원”이 된다. “긴 겨울 버리고” 피어나는 꽃에겐 허공이 집일까?
이쪽저쪽 둘러보면 도처에 신의 집이다. 겨울을 잘 지나라고 누군가 놓아준 스티로폼 집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에게도 그 작고 가벼운 집은 사원이 된다.
[농민신문 박연준 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그시, 봄 / 한분순 (0) | 2026.02.01 |
|---|---|
| 기리는 노래 / 류미야 (0) | 2026.02.01 |
| 풍죽 1 / 성선경 (0) | 2026.02.01 |
| 이별의 막잔 / 이백 (0) | 2026.02.01 |
| 차를 세우고 / 이수명 (0) | 2026.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