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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팔할은 막걸리였다
내 삶의 팔할은 막걸리였다 반짝이는 술밥의 기억이 뜨거운 숨처럼 올라와 손바닥에 남은 술빛으로 하루를 닦고 일어났다 어느 골목 낮달 아래 쉰 탁자에 놓인 대폿잔 웃음과 한숨을 함께 떠내려 보낸 깊은 소리 잔이 부딪힐 때마다 내 안의 오래된 문이 열렸다 첫사랑의 설렘도 실낱같은 약속도 막걸리 한 모금에 부서져 별이 되었고 별을 따라 길을 잃어도 괜찮았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술국처럼 달고도 시큰한 위로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 어제의 부끄러움이 오늘의 힘으로 바뀌었다 비 오는 날은 더 진했고 춥던 겨울밤은 더 따뜻했다 거친 숨을 나누며 건넨 이야기들이 술김에 부풀어 다음날 새벽 창문에 붙은 김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일과 사랑과 실패 사이 넓은 빈칸을 메운 것 막걸리였고 사람이었다 여전히 같은 맛 다른 얼굴들 내 삶의 팔할은 막걸리 였고 남은 이할은 기억이었다 가끔 낮은 음성으로 잔을 든다 빛이 반짝이는 술잔 안에 지난날들이 떠다니고 거기서 웃음 하나 눈물 하나 다시 한 모금을 건져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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