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모서리 /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후략)
- 이문재 '오래 만진 슬픔' 일부
고통과 불행이 삶에 깃들면 그것도 삶의 일부가 된다. 길들여지지 않는 들짐승 같은 감정을 내 안에 고이 품어 함께 살아가듯이 외면하고 거부하고 싶던 감정도 언젠가는 익숙해지지 않던가. 가슴에 지닌 슬픔도, 손끝으로 전해오는 불행도 결국 우리의 체온을 나눠 갖고 심연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우리 안에 뛰어든 모든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잃고 손때 묻은 물건처럼 변했을 뿐이다. 그 흔적들이 결국 우리 자신을 이룬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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