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소설 / 유홍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1. 22. 13:41

소설 / 유홍준

 

하늘에서도

 

빗자루로 쓸 수 있는 것이 내려서 좋다

 

동글동글 손으로 뭉칠 수 있는 것이 내려서 기쁘다

 

잠시 겠으나

 

그늘 쪽 어깨에만 눈을 얹고 있는 구층석탑처럼

 

묵묵히 서 있고 싶다

 

이 겨울은

 

창호지같이 얇은 서러움으로 죽을 칠까 붉고 푸른

 

깃발처럼 펄럭여볼까 아니야 아니야 울타리 쪽으로 밀어붙여놓은 눈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 없어지는 것이나 바라보아야겠다

 [유홍준 '저녁의 슬하'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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