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유홍준
하늘에서도
빗자루로 쓸 수 있는 것이 내려서 좋다
동글동글 손으로 뭉칠 수 있는 것이 내려서 기쁘다
잠시 겠으나
그늘 쪽 어깨에만 눈을 얹고 있는 구층석탑처럼
묵묵히 서 있고 싶다
이 겨울은
창호지같이 얇은 서러움으로 죽을 칠까 붉고 푸른
깃발처럼 펄럭여볼까 아니야 아니야 울타리 쪽으로 밀어붙여놓은 눈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 없어지는 것이나 바라보아야겠다
[유홍준 '저녁의 슬하'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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