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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매미 / 신철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8. 12. 06:25

기도하는 매미 / 신철규

 

읍(揖)하듯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
자신의 몸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 명정(銘旌)이 되었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떼어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가장 무더웠던 여름만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 신철규 '파브르의 여름' 일부

나무에 매달린 한 무리의 매미 떼를 신기한 눈으로 본다. 더 울기도 지쳤다는 듯 도망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하던 것들. 매미도 사람도 기력을 다한 지친 여름이다. 명정이란 죽은 사람의 성씨 따위를 적어 상여 앞에 들고 관 위에 묻던 붉은 천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자기 존재 자체가 자신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을 때가 있다. 매미는 일주일을 산다지만 허물은 그보다 오래갈 텐데 그 허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존재했던 모든 것이 소멸해도 오래 남게 되는 무엇이 있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