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의 사막 / 문인수
눈에, 두어알 모래가 든것 같다.
안구건조증이다. 이렇 땐 인공누액을 한두방울
'점안' 하면 한결 낫다. 이건..... 마음의 사막이 몰래 알슬어 공연히 불러들인 눈물이다. 하긴,
사람의 눈물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 그 눈물 퍼올려
너에게로 가야 하는 메마른 과목이 있다.
'눈에 밟힌다' 는 말은 참, 새록새록 기가 막히다. 그 누군가를 하필 가장 예민한 눈에다 넣고, 그 눈으로 자주, 사무치게 자근자근 밟아댔을 테니
어찌 아프지 않았겠나, 눈앞이 정말 깜깜하지 않았겠나, 그래 눈물 나지 않았겠나.
그리운 사정을 이토록 가슴에 박히는 듯 압축한, 극에 달한 절창이
세상 어디에, 언제,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눈에, 그 엄청난 황사를 설마 다 몰아넣고 그걸 또 남김없이 밟으며 끝까지 헤쳐갔겠는지..... 아무튼, 사람의 눈물은 실로 무진장해, 그 강물
그 눈에, 방울방울댔을 거다. 그러니까, 낙타는 제 눈속의 배다. 하지만 본래,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것이 그리움 아니냐. 눈에, 눈물은 또 여물처럼 모래를 씹는 짐승,
그 슬픔 건너는 길이었을것이다.
[문인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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