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 시인의 기초 공부와 상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8. 1. 5. 11:06

<토요 시 창작 강좌>

   ■ 시인의 기초 공부와 상징

  시가 유행가와 다른 것은 유행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잘 정리해 놓은 반면 시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새롭게 쓴 것이다. 그리고 시에는 침묵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으로 수많은 말의 소용돌이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의 온갖 것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이고 선한 인간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인간에 대한 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옹호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길에 들어선 사람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거짓 없이 살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에는 시인의 본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도, 숨겨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란 내 마음을 숨겨 놓을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시다. 시를 쉽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추사 김정희 선생은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이 된다."고 했다. 이 말은 서권기문자향(書卷氣文字香) 즉,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이 난다'는 말인데 시를 쓰겠다는 사람이 동시대 훌륭한 시인의 시집과 고전 등을 읽어보지도 않고 시를 쓴다는 것은 기본기를 익히지 않은 축구선수가 축구대회에 나가려는 경우와 같이 무모한 일이 될 것이다.

  시 이론을 몰라도 얼마든지 시를 쓸 수는 있다. 시는 마음속의 불꽃이고 강력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 즉 정(情)을 뿌리로 하고, 언어를 싹으로 하며, 운율(韻律)을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창작 법이다'라고 시를 정의 할 순 없다. 다만 시가 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본과 방법은 있다. 이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시가 아닌 것을 시라고 우기는 엉터리 시인들이 생겨나게 된다.

  한 번쯤
  하루쯤
  한 생(生)쯤은 몸을 바꾸고 싶은

  저 미친 외출을 시라고, 시인이라고 말해도 되나

            - 이화은,<나비> 중에서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시에 미치지 않고는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 밤낮 시를 생각하는 사람이 시인이 된다. 애벌레가 나비로 바뀌듯 "한 생"까지 바꾸고 싶은 그 "미친 외출"을 시인이라고 하는데 진정으로 한 편의 시로 위안과 행복을 받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면 시를 향해 미쳐야만 한다고 이화은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런 시를 쓰기 위해서 시가 되게하는 최소한의 방법을 공부하자는 것이다.

  오늘은 동일성의 상징과 암시성 상징이 잘 드러나는 시 두 편을 보겠다.
  시에 있어서 상징은 비유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비유처럼 1:1의 형식이 아니라, 1:다(多)의 형식으로 성립되어 동일성, 암시성, 다의성, 입체성, 문맥성 등, 다의적이고 이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바퀴는 정직하다
  어느 바퀴살 하나 꾀부리지 않고
  있는 힘 다해 제 길을 간다
  진창이 있어도
  목 노리는 칼날이 있어도
  두려워 않고 간다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
  주춤거린 나의 세월도
  용서된다
  바퀴처럼 향할 용기가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맹문재, <바퀴> 전문

  밀어 주는 힘만 있으면 그것이 진창이건 칼날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퀴는 돌아간다. 그러나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주춤거린 나의 세월도/용서된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용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퀴는 '용기'와 같은 성격을 갖는 '정직성'이나 '진정성'도 내포하고 있다. 즉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가는 원(圓)의 구체적 모습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완전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일성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풀> 전문

  위 시에는 암시성의 상징이 잘 드러나 있다. 원관념인 잡초로서의  '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풀'과 '바람'이 그 무엇을 암시하고 있다. 풀은 바람과의 대비를 통해 끈질긴 민중의 힘과 인간의 속성, 그 의지를 암시하며 '감춤'과 '드러냄'의 연상 작용으로 상징효과를 입체화,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드러나는 원관념이 아니라 보조관념의 적절한 차용을 통한 상징과 암시성이 극대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쓰기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하게 익혀야 되는 개념이다.

   - 이어산<생명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