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 창작 강좌>
■ 시 쓰기의 몇 가지 방법
인생의 사건을 모방하면 산문이 되고 인생의 감정을 모방하면 시가 된다. 모방은 다른 말로 하면 재현(再現)과 반영(反映)이다. 즉 경험에서 오는 서정적 충동을 압축하여 옮겨 적는 것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의 공감이 없는 시는 죽은 시다. 그렇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게 하려면 어떻게 시를 써야 한단 말인가?
내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방에게서 장황하게 듣는 것 만큼 지루한 일은 없다. 시가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나 말들을 나열하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정리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1. 젊은 언어 사용하기
첨단 시대에 살면서도 남들이 지겨울 정도로 써먹은 낡은 시어, 즉 사랑타령, 그리움타령, 꽃, 구름, 기다림, 감탄사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거나 어린 시절의 풍경과 풍물, 또는 ~하였나니, ~노니 등의 고어체, ~하라 ~하게 등의 명령체가 들어간 시어는 '술 취한 옛사람들의 넋두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옛것보다는 현재의 것을, 익숙한 말 보다는 새로운 말이 무엇인지를 찾고 또 찾아라.
2. 뒤집어 생각하기와 비틀어 말하기
현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면 설명문에 가깝게 되므로 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상 뒤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시작(詩作)의 기본이다.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고 거꾸로 생각하여 연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길을 가다가 5백 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학을 분양 받다'라든지 '가난한 커피 한 잔과 우수리를 줍다'라는 방법으로 연관된 새로운 의미(new depaysement)를 부여하는 시 작법이다. 유안진 시인은 10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다보탑을 줍다'라고 했다. '하늘을 이고 길을 걷는다'는 표현도 많이 써먹은 표현이라고 생각된다면 '하늘이 내 목을 매달고 산을 넘고 있다'라는 다소 엉뚱하다 싶은 해석이 시를 새롭게 하는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3. 좋은 시가 아니라 문제 시 쓰기
신인이 기성 시인의 흉내나 내고 있다면 시인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 없이 신인은 신인답게 문제적 시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숙하고 노련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라 젊고 패기 있는 표현기법, 새롭게 해석된 사물의 진술이 좋은 시다. 시를 배울 때에는 새롭지 않거나 실험정신이 결여된 시는 시에 대한 죄악이라는 생각을 가져라. 예술의 최대 미덕 중의 첫 번째가 바로 참신함이기 때문이다.
4. 사물에게 말 걸기
시를 쓴다는 것은 삼라만상에게 말을 걸고 그 대상과 싸움을 하든지 사랑을 하든지 결판을 내는 일이다. 말을 걸 때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라. 그리고 자꾸 물어보라. 내가 설득되지 않는 것은 비틀어서 물어보고 씨름도 해보고 연애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껴안아도 보고 감춰진 비밀을 찾을 때 까지 말을 걸어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그 대상은 결국 내가 묻는 말에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대답할 것이다.
5. 시 쓰기의 대상 찾기
시를 멀리서 찾지 말라.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을 대상으로 써라. 평생 해온 일이라면 더욱 좋다. 어부나 생선을 파는 사람만큼 생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음식시를, 학원을 하는 사람은 우선 학원을 하면서 겪는 온갖 것을 시로 풀어내라. 예쁜 시는 경쟁력이 없다. 자기만의 시, 이름을 가려놓고 봐도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있는 특색 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시를 쓴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회원 중 지봉수 님의 시는 짧지만 강렬한 자기만의 에로티즘의 색채를 지녔다. 완성도는 차차 보완하면 되므로 이런 시가 매끈하거나 예쁜 시 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쓰자는 말이다.
나는
땅바닥에 대고 시를 썼다
돌짝도 흙덩이도 부서진 사금파리도
그대로 찍혀 나오는
울퉁불퉁했던 내 것들.
삐뚤삐뚤 한글 자모가 나가고
미어진 종이 위에서
연필은 몇 자 못 쓰고 늘 부러졌다.
시에서 자금자금 흙부스러기가 씹혔다.
죽었던 내 부스러기들이 씹혔다.
더 이상 세상에 매달리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땅바닥에 와 있었다.
죽은 꽃잎에 대고
죽은 사과 알에 대고
죽은 새의 눈언저리에 대고
꾹꾹 눌러썼다.
우드득우드득
무릎 관절 맞추며 붙이며
죽은 것들이 얼어섰다.
지금도 흙바닥에 대고 시를 쓴다.
죽음도 사랑도 절망도 솟구치며 찍혀 나오는
미어지는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다.
몇 자 못 쓰고 부러지는 연필 끝에
침 대신 두근거리는 피를 바른다.
시에서 늘 비린내가 풍겼다.
- 최문자, <땅에다 쓴 시>전문
계간<시와편견> 편집고문인 최문자 시인은 협성대학교 문창과 교수와 총장을 거쳐 현재 배제대학교 문창과 석좌교수로 있다. 위 시는 자기가 평생 가르쳐 온 시에 대한 반성문이자 삶의 고백이다. 문창과 교수이면서 시력(詩歷) 40년도 더 된 시인임에도 ‘자기의 시에서 늘 비린내가’ 풍긴단다. 시에 대한 겸손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는 ‘침 대신 두근거리는 피를’연필 끝에 바른다고 했다. 살아있는 생명시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고향인 땅바닥에 시를 쓴다고 함으로써 시에 값하는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감리교회 장로다. 그의 시에는 함부로 신앙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기저(基底)에 흐르는 깊은 신심(信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드러나지 않게 울림이 있는 방법으로……
평소에 가장 잘 아는 내용으로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위 시가 보여준다.
지난주부터 새로운 강의를 올리려고 했으나 그동안의 강의를 정리하여 다시 올려주라는 회원들의 건의에 따라 당분간 지난 시창작 강의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 정리하여 올리기로 했다. 같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시 창작을 위한 책도 많고 시인들의 시론도 제각각이기에 "이것이 답이다"라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시(詩)와 비시(非詩)가 있고 시로서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최적화된 시 창작의 기본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밴드를 시 잘 쓰는 사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운동, 시를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방, 그리고 한 단계 도약하려는 사람들에겐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유념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 시 쓰기의 몇 가지 방법
인생의 사건을 모방하면 산문이 되고 인생의 감정을 모방하면 시가 된다. 모방은 다른 말로 하면 재현(再現)과 반영(反映)이다. 즉 경험에서 오는 서정적 충동을 압축하여 옮겨 적는 것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의 공감이 없는 시는 죽은 시다. 그렇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게 하려면 어떻게 시를 써야 한단 말인가?
내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방에게서 장황하게 듣는 것 만큼 지루한 일은 없다. 시가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나 말들을 나열하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정리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1. 젊은 언어 사용하기
첨단 시대에 살면서도 남들이 지겨울 정도로 써먹은 낡은 시어, 즉 사랑타령, 그리움타령, 꽃, 구름, 기다림, 감탄사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거나 어린 시절의 풍경과 풍물, 또는 ~하였나니, ~노니 등의 고어체, ~하라 ~하게 등의 명령체가 들어간 시어는 '술 취한 옛사람들의 넋두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옛것보다는 현재의 것을, 익숙한 말 보다는 새로운 말이 무엇인지를 찾고 또 찾아라.
2. 뒤집어 생각하기와 비틀어 말하기
현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면 설명문에 가깝게 되므로 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상 뒤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시작(詩作)의 기본이다.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고 거꾸로 생각하여 연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길을 가다가 5백 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학을 분양 받다'라든지 '가난한 커피 한 잔과 우수리를 줍다'라는 방법으로 연관된 새로운 의미(new depaysement)를 부여하는 시 작법이다. 유안진 시인은 10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다보탑을 줍다'라고 했다. '하늘을 이고 길을 걷는다'는 표현도 많이 써먹은 표현이라고 생각된다면 '하늘이 내 목을 매달고 산을 넘고 있다'라는 다소 엉뚱하다 싶은 해석이 시를 새롭게 하는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3. 좋은 시가 아니라 문제 시 쓰기
신인이 기성 시인의 흉내나 내고 있다면 시인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 없이 신인은 신인답게 문제적 시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숙하고 노련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라 젊고 패기 있는 표현기법, 새롭게 해석된 사물의 진술이 좋은 시다. 시를 배울 때에는 새롭지 않거나 실험정신이 결여된 시는 시에 대한 죄악이라는 생각을 가져라. 예술의 최대 미덕 중의 첫 번째가 바로 참신함이기 때문이다.
4. 사물에게 말 걸기
시를 쓴다는 것은 삼라만상에게 말을 걸고 그 대상과 싸움을 하든지 사랑을 하든지 결판을 내는 일이다. 말을 걸 때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라. 그리고 자꾸 물어보라. 내가 설득되지 않는 것은 비틀어서 물어보고 씨름도 해보고 연애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껴안아도 보고 감춰진 비밀을 찾을 때 까지 말을 걸어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그 대상은 결국 내가 묻는 말에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대답할 것이다.
5. 시 쓰기의 대상 찾기
시를 멀리서 찾지 말라.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을 대상으로 써라. 평생 해온 일이라면 더욱 좋다. 어부나 생선을 파는 사람만큼 생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음식시를, 학원을 하는 사람은 우선 학원을 하면서 겪는 온갖 것을 시로 풀어내라. 예쁜 시는 경쟁력이 없다. 자기만의 시, 이름을 가려놓고 봐도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있는 특색 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시를 쓴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회원 중 지봉수 님의 시는 짧지만 강렬한 자기만의 에로티즘의 색채를 지녔다. 완성도는 차차 보완하면 되므로 이런 시가 매끈하거나 예쁜 시 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쓰자는 말이다.
나는
땅바닥에 대고 시를 썼다
돌짝도 흙덩이도 부서진 사금파리도
그대로 찍혀 나오는
울퉁불퉁했던 내 것들.
삐뚤삐뚤 한글 자모가 나가고
미어진 종이 위에서
연필은 몇 자 못 쓰고 늘 부러졌다.
시에서 자금자금 흙부스러기가 씹혔다.
죽었던 내 부스러기들이 씹혔다.
더 이상 세상에 매달리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땅바닥에 와 있었다.
죽은 꽃잎에 대고
죽은 사과 알에 대고
죽은 새의 눈언저리에 대고
꾹꾹 눌러썼다.
우드득우드득
무릎 관절 맞추며 붙이며
죽은 것들이 얼어섰다.
지금도 흙바닥에 대고 시를 쓴다.
죽음도 사랑도 절망도 솟구치며 찍혀 나오는
미어지는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다.
몇 자 못 쓰고 부러지는 연필 끝에
침 대신 두근거리는 피를 바른다.
시에서 늘 비린내가 풍겼다.
- 최문자, <땅에다 쓴 시>전문
계간<시와편견> 편집고문인 최문자 시인은 협성대학교 문창과 교수와 총장을 거쳐 현재 배제대학교 문창과 석좌교수로 있다. 위 시는 자기가 평생 가르쳐 온 시에 대한 반성문이자 삶의 고백이다. 문창과 교수이면서 시력(詩歷) 40년도 더 된 시인임에도 ‘자기의 시에서 늘 비린내가’ 풍긴단다. 시에 대한 겸손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는 ‘침 대신 두근거리는 피를’연필 끝에 바른다고 했다. 살아있는 생명시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고향인 땅바닥에 시를 쓴다고 함으로써 시에 값하는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감리교회 장로다. 그의 시에는 함부로 신앙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기저(基底)에 흐르는 깊은 신심(信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드러나지 않게 울림이 있는 방법으로……
평소에 가장 잘 아는 내용으로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위 시가 보여준다.
지난주부터 새로운 강의를 올리려고 했으나 그동안의 강의를 정리하여 다시 올려주라는 회원들의 건의에 따라 당분간 지난 시창작 강의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 정리하여 올리기로 했다. 같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시 창작을 위한 책도 많고 시인들의 시론도 제각각이기에 "이것이 답이다"라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시(詩)와 비시(非詩)가 있고 시로서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최적화된 시 창작의 기본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밴드를 시 잘 쓰는 사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운동, 시를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방, 그리고 한 단계 도약하려는 사람들에겐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유념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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