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시인과 회심(悔心)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2:52

   <토요 시 창작 강좌 >

   ■ 시인과 회심(悔心)

   기독교에 입문하여 진짜 신앙인이 되는 때는 회심(거듭남)을 통해서다. 회심(悔心)이란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존재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시인도 회심이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 될 수 없다. 이전에 보았던 것들을 그대로가 아닌 새롭게 해석하려는 자세, 습관과 전통,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인다운 인품을 갖추기 위한 인식의 변화없이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 모르는 아이가 칼을 손에든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괴팍한 성격을 가졌거나 인격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시만 잘 쓰면 용인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사람이 함부로 시를 쓰면 시의 품격이 동네 불량배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남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시인으로 살기 위한 회심(悔心/거듭남)의 과정이 없는 시인은 가짜 시인이다.

   묘사(描寫)와 중층묘사(重層描寫), 진술(陳述)

   처음 시를 쓰는 사람들은 묘사를 잘하는 것이 시를 잘 쓰는 것인냥 착각한다. 물론 시에서 묘사를 잘하지 못하면 시의 결이 살아나지 않는다. 묘사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묘사란  현상을 직접적 또는 심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는 아무리 시를 잘 쓴다 해도 관념시(觀念詩)와 사상시(思想詩), 즉물시(卽物詩)나 사물시(事物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묘사의 꽃인 중층묘사(重層描寫/multiple description)로 나아가야  시가 깊어진다. 사물과 사상을 통합시켜서 드러난 내용보다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보다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위에서 묘사는 시의 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시에서의 열매는 무엇인가? 바로 진술이다. 진술은 시인의 해석적 사유다. 말하자면 시인의 생각이나 철학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철학적이라는 것을 잘못 이해하여 자신이 우월한양 훈계조의 내용이나 가르치려는 글은 시가 아니다. 진술의 가장 큰 미덕은 시인의 사유함이 독자가 공감하고 울림이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시인(詩人)이란 말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명칭으로, 사물의 현상에 감춰진 또 다른 세계를 현현화(顯現化) 시킬 수 있는, 하늘 아래에서 가장 완전한 사람이란 뜻의 극존칭이다. 그래서 옛날 과거 시험에서는 시제(詩題)를 내어주고 시를 써내는 것으로 인재를 선발하기도 했는데, 제대로된 시인을 그만큼 대단한 사람으로 존경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예술가에게는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뜻의 집가(家)자(字)를 붙이는데, 유독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의 사람 인(人)자(字)가 붙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사람같지 않은 '시 기술자'는 아무리 시가 좋다해도 시인이 아니다는 말이다.

   버려야 할 버릇

   초보자들의 시를 보면 버리지 못한 버릇들이 많다. 의례적이거나 상투적인 말, 그리고 다음의 것들은 과감하게 버려라.

    '조사' ~의, ~을, ~를, ~들
    '접속 부사'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겹말' 역전앞, 가장 앞선1등, '빠른 쾌유를 빕니다.' 등등
    '문장부호의 남발'
    '주제에서 이탈한 글'
    '줄거리가 없는 글'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버무리지 못한 단순한 내용(단순 심상은 독자들이 결론을 쉽게 눈치챈다)'
    '별도로 적어놨던 좋은 단어가 아까워서 쑤셔넣은 것'

   가져야 할 버릇

   어느 순간 생각해 본 적 없던 단어가 떠오른적 있는가?  빨리 그것을 메모하라! 길가의 돌이 말을 거는가? 돌들의 말도 기록하라! 삼라만상의 새롭고도 낯선 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놓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록하는 버릇, 그 버릇이야말로 당신이 진정한 시인이 되는데 노둣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까와서 시에 억지로 넣지 말아야 한다. 꼭 들어 가야할 가장 적확(適確)한 단어의 조합이 시(詩) 다.  팔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이 있거나 새로 집을 지어야 할 만큼의 수고로움이 따르더라도 다시 꼼꼼하게 살펴서 꼭 필요하지 않은 말은 잘라내거나 과감하게 부숴버릴줄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먹지 않는 반찬으로 상 채우지 마라" 이 말은 시를 쓰는 사람들이 시의 밥상을 차릴 때 명심해야 할 말인 것 같다. 시란 "써야 할 것을 안 쓰는 잘못 보다는, 안 써야 할 것을 쓴 잘못이 크다"라는 말도 있다.

   ㅡ이어산<생명시 운동>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 쓰기의 몇 가지 방법  (0) 2018.01.05
■ 시인은 바람을 많이 피워라.  (0) 2018.01.05
다시 시 쓰기  (0) 2017.12.25
시인은 창조자 인가?  (0) 2017.12.25
시가 안 될 때의 해결 법  (0) 201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