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116강 좋은 시인의 조건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2:39
<토요 시 창작 강좌> 제116강

   ■ 좋은 시인의 조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단 말인가? 아니다. 있다. 좋은 사람이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들었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내가 싫어서 차버린 사람도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도 어떤 이에게는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사람 관계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내가 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관계나 나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도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내 욕심 때문에 그럴 수가 있다. 그래서 "인간 관계 51%의 법칙"을 적용하면 웬만한 일은 다 이해되고 관계가 좋아진다. 51%만 좋으면 100%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도 밝아지고 내 삶도 즐거워진다. 51%의 나머지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감성적이고 예민할 수 있다. 감성적이라는 것을 잘 활용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상처를 입거나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경우도 가끔 본다. 시사모의 회원은 시사모의 본질인 <시사랑 운동>과 <생명시 운동>이 흐려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인간관계로 다투는 곳이 아니라 말글과 다투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말글을 물리치고 새로운 말글이 이기도록 글힘을 연마하는 곳이다. 줄여 써서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곳이고 끝까지 시를 사랑할 수 있는 시인의 자세를 배우는 사관학교다.

   오늘은 우리가 시를 쓸 때 궁금하였지만 지나치기 쉬운 시작법(詩作法) 세 가지를 알아보자.

   1. 시인이 되려면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야 하는가?

      정서적 감성이 뛰어난 사람이 가끔 있긴 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대부분의 시인은 후천적인 능력으로 시를 쓴다. 후천적 능력이란 시적 감각을 기르는 훈련을 받고, 읽고 쓰기를 계속 연습한 사람이 습득한 능력을 말한다.

   2. 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가?

    인간의 경험이란 누구나 한정되어 있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로 시를 쓴다면 몇 편 쓰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는 소설이 아니라 압축과 생략을 기본으로 하는 문학 장르이기에 그렇다. 그러므로 시인은 자신의 경험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 속의 화자(말하는 자)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시인의 경험은 화자의 이야기에 참고할 뿐이다. 화자가 만들어 지듯 경험도 다양한 상상으로 만드는 것이 시 쓰는 일이다.

   3. 신춘문예나 유명 시전문지에 당선하려면 어떤 스타일이 있는가?

   그렇다. 응모한 시가 기성 시인을 흉내 낸듯한 매끈한 것은 예심에서 거의 떨어지지만 시의 기본이 되어있는 시는 거의가 예심을 통과한다. 그만큼 시적 기본 소양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심에서는 심사위원의 안목이나 문운도 한 몫 할 때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시적인 기본 바탕위에 신인다운 패기, 새로움이 반드시 있어야 뽑힐 수 있다. 응모작 가운데는 자기가 쓴 시가 기본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시를 완성했다고 내어놓는 시가 의외로 많다. 이 강좌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는 것도 시적 기본기를 연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벼루에서 부화시킨 난에 하얀 꽃이 피었다

   마모된 자리를 찾아 B플랫 음으로 채웠다

   제 몸 갈아 스민 물에서 서서히 목소리가 자랐다

   노송을 머리에 꽂고 온 사향노루가 어제와 똑같은 크기의 농도를 껴입고
   불씨를 건네는 새벽

  그늘을 먹고 소리 없이 알을 낳는 스킨다비스 줄기 끝에 햇빛의 발걸음이 멈춘 그 시각
   무장해제 된 상태로 소파에 누운 평각의 그녀가

   봉황의 눈을 깨트리며 날았다

   익숙한 무채색으로 난을 치듯 아침을 그렸다

   향 끝에 끌어당긴 빛으로 불을 놓으면 곱게 두루마기 걸치는 묵향

   단테가 잠시 머무르기로 한 지상의 낙원이 검은 호수 속에서 걸어 나왔다

                                - 리호, <묵향>전문

   위의 시를 잘 읽어 보라. 이 시는 우선 기본기가 튼튼하다. 벌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다의적이고 새로운 심상 세우기(이미지 만들기)가 성공하고 있다. 끝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밀고 간 언어의 조탁능력이 돋보인다.
   리호 시인은 동국대 문창과 출신의 여자다. 같은 대학 출신의 강희근, 문정희, 문효치 선배 시인들의 계보를 이을만한 젊은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