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113강 시 짓기의 현미경 기법 세 가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2:37

 <토요 시 창작 강좌> 제113강

   ■ 시 짓기의  현미경 기법 세 가지

   나는 지난 101강에서 시를 쓸 때 "사물을 충감도(蟲瞰圖)적 기법으로 보라"고 말한 바 있다. 망원경으로 쭈욱 당겨보듯 가까이에서 보고 현미경으로 보듯 사물을 더 세심하고 간절하게 보라고 했는데 대상이 갖는 본질적인 속성을 선명하고 확실하게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법칙‘이라는 시 작법과도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한 편의 시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면 실패한다. 하나의 극적인 장면, 하나의 객관적 상관물, 하나의 정서로 창작에 임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즉 시적 포인트 하나를 잘 잡으라는 이야기다. 시는 하나의 심상(心象/이미지)을 통해 암시와 여운을 남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 나무의 잎과 가지, 뿌리까지 말하는 것이 산문이라면 나무 안의 나이테가 갖는 압축된 의미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시다. 나무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 나무에 집중하라. 또 다른 대상을 가져오면 이미지(심상)가 분산되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주제가 모호해지기 쉽다. 독자는 시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 인내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독자가 시를 읽을 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낯선 경험, 낯선 심상을 만나는 기대로 시를 읽는다. 이 낯섦은 해독 불가능한 시인의 주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낯설되 서정적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넣을 것이 있다. ''왜?'' 또는 ''어떻게?’'라는 물음이다. 이것은 시쓰기의 본질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나와 독자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고리다. 자신의 시를 이해해 달라고 사정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시선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아니면 독자는 곧바로 시읽기를 중단한다. 그래서 잘 쓴 시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고 집중적이고도 고도한 정서적 노력이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쓰기를 겁낼 필요는 없다. 많은 시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을 빌리자면 ''차근차근 시의 본질을 알아가면서 한 편 한 편 완성했을 때 그 기쁨이란 혼자서 방안을 왔다갔다 하고 히죽히죽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그렇다.

   ● 시 짓기의 세 가지 작법

   1. 사물을 충감도적 기법으로 보라.

   2. 시적 포인트를 하나만 잡아라.

   3. 시적 대상의 근원을 들여다 보되 ''그래서 또는 왜?''라는 물음에 직답이 아닌 이미지로 답하라.


   눈물도 자란다
   거짓말처럼 정말 자란다
   속 맘 푹푹 파먹고도 빼빼 마르면서 자란다
   정작 눈물 자랄 때는 이상하게 눈물 없어지면서
   바짝 마른 순결로 뱉을 것도 없이 자란다
   죄 같은 성장
   태초에 능금을 파먹고 이브의 눈물도 저렇게 자랐지

            -최문자, <자라는 눈물 -서시>전문


   위 시는 눈물의 심연을 파고든 시다. 시인은 눈물이 '속 맘'을 파먹고 자란단다. 눈물이 자랄 때는 눈물이 없어져서 이상하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눈물이 깊어졌다는 표현이다. 이 시는 눈물의 배후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제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내일이 기독교의 부활절이다. 위 시는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눈물의 상징을 '죄같은 성장'으로 말함으로써 눈물이 죄의식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자라는 눈물'은 죄의 근원과 관련이 있다. 태초의 이브가 능금을 파먹고 눈물이 자랐다는 것은 인간의 원죄(原罪)를 회개하는 신앙적 해석이다.
   신앙시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기도문이나 신앙고백을 시라고 우기는 종교계에도 시적 다양성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다다른 심연에서 시적 본질을 만날 수 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