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78강 詩가 노는 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2:04
<토요 시 창작 강좌> 제78강

   ■ 詩가 노는 물

   세상살이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원인의 대부분은 소통이 되지 않음에서 생긴다. 요즘은 손안의 백과사전인 휴대전화가 있어서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 이야기가 맞는지 안 맞는 것인지를 검색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행동으로 비춰지므로 소통도, 공감도 이닌 대화 매너로는 빵점인, 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대화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 소통은 서로의 의중을 이해하는 것이며 공감을 전재로 한다. 그래서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중창과 같다. 내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맞추지 않으면 이중창이 아니라 불협화음이 된다. 나라 간에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국과 중국 간에는 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럽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소통은 없고 중국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는 내정 간섭에 가까운 윽박지르기 수준의 압박을 한국에 가함으로써 자기들의 뜻을 관철하려고 한다. 이것은 '북핵'이라는 본질은 외면한채 '사드 배치'라는 현상만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자기네의 속국 다루듯 하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본질을 이해시키지 못한 우리나라 외교 수준의 저급함과 이런 경우의 수를 대비 했어야 할 지도자의 판단 능력의 미숙함, 그리고 강대국이라는 오만함에서 기인한 안하무인적인 행동이 맞물려서 앞으로 점점 커질 파장에 대한 우려감을 지울 수가 없다.

   시의 본질적 특성도 독자의 공감을  전재로 하는 소통문학이다. 사람살이에서 익숙한 것들의 관습적 의식을 자극하여 그것을 새로운 견해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시다. 결국 소통이 되지 않는 시는 시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화려한 전문지식을 동원한 시라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 시는 시를 쓴 사람을 꾸미는 장식품에 불과하게 된다.

   시를 제대로 잘 쓴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새롭고도 품위 있으며 사용하기 편리한 상품을 내어놓는 것과 같다. 3일 전에 미국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휴대폰인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된 홍체인식 기능과 방수기능, 강력한 S펜 등 신기술에 소비자들이 관심이  있는 것이지 그 제품이 이전 것과 별 차이가 없거나 조작이 어려워서 쓰기가 불편한 기술을 탑재 했다면 그 휴대폰을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치뤄 가면서 사겠는가? 시에도 새로움이 없어서도 않되지만 새로움을 핑계로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는 독자에게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새롭고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다시 봉착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얼마전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지하 계단을 올라가다가 눈을 의심하며 찍은 사진이다. 술집 안내인처럼 계단 지킴이로 세종대왕을 사진판넬로 만들어서 세워놓고 계단마다 훈민정음이 때를 묻힌 채 사람들에게 밟히고 있었다. 저런 것을 설치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지하철 종로역 계단 안내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나 반기문 UN사무총장의 판넬도 세우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것도 사업이라고 세금을 썼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분노가 일었다. 세종대왕이나 대통령, 또는 공무원이나 군인 등,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 할 적재적소가 있다. 쉽게 표현해서 놀아야 되는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권위도 생기고 품위도 있게 된다.
   시도 제대로 쓰려면 제대로 된 물에서 놀아야 한다.
   오늘의 문학지형을 보면 "이것이 제대로 된 시인의 영토다"라는 판단 경계를 긋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시를 대하는 사람의 진정성과 수준에 따라서 노는 물이 다르지만 마구 섞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명 시인은 여전히 유명하고 무명 시인은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학연이나 ○○사단 이라는 이름의 줄서기와 그 패거리에 소속되지 않으면 시의 작품성과 관계없이 유명해지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단의 이런 현상에 손가락질 하며 욕을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패거리가 괜찮은 사람들이 모이는 물이라면 어쩔 것인가? 엄청난 가격의 이태리 명품 가방을 볼 때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가방이 그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면 그 회사의 브랜드가 그동안 지켜오거나 키워온 권위와 최고의 기술, 그리고 판매전략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명 브랜드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은 일단 소비자들이 신뢰를 한다. 제품들이 그 회사의 이름 값을 하는 확율이 높기 때문이다. 시도 그렇다. 제대로 된 시인이나 제대로 시를 가르치는 곳에서 배운 사람과, 상업적 목적으로 시가 아닌 글이라도 퍼지르듯 시인의 이름표를 달아 주곤 '문예지'라고 이름 붙인 책을 강매하듯 떠 맡기는 곳, 등단의 과정을 사고 파는 것이 일상화 된 매체와 거기에 현혹되는 성질 급한 사람들, 심지어는 밴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시 장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시를 제대로 배울 수 있으며 설사 시인이 된다 한들 시인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겠는가?
   '코이노니아(Koinonia)'라는 신앙공동체 운동을 통해 개개인의 영적 신앙 성장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번성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처럼, 시는 시인의 공동체인 동인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편협한 시적 안목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혼자 가는 것 보다 함께 가는 것이 멀리 가듯, 시의 공동체, 즉 노는 물에 따라서 시인으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곳에 발을 담그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노는 물이 어떤 물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밴드도 수많은 밴드 중의 하나다. 이 밴드는 시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시인의 자세, 독자의 자세를 제대로 알고 기초라도 제대로 갖추어 보자는 목적으로 함께 공부하는 공간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밴드가 당신의 시업(詩業)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썩은 물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탈퇴 해야 한다. 나 또한 유명하거나 훌륭하지도 않을 뿐더러 실력도 부족하고 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보면 훌륭한 시인이나 평론가는 세상에 많다. 어느 곳이서던지 시 기술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시인다운 시인, 독자다운 독자가 되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판단이 서면 진정성과 애정을 갖고 그곳에 집중하자라는 말이다. 그리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좋은 동인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함께 가야 멀리 가기 때문이다. 혹 이 밴드가 우리나라 시단에 작은 빛이라도 드는 창 틈새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노는 물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기는 시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제대로 쓰되 그 시에 값하는 사람들이 많이 놀 수 있는 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의 배우자나 자녀, 지인들이 내 시를 보고 그동안 살아온 삶의 색깔이 녹아 있음을 인정 할 수 있어야 제대로된 시를 쓴 것이다.
   "시만 번드러지게 쓰면 뭐하나? 사람 같잖은데"라는 조롱 섞인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물에서 제대로 심신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시업도정(詩業道程)은 어둡고 험하고 장애물이 많다. 혼자 가면 더 힘든다. 소속감을 갖고 진득하게 함께 가보자는 것이다.

   오늘은 시의 이미지가 잘 살아 있는 시 한 편과 시의 구성(기승전결)이 단단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온다던 비가 드디어 두시부터 오신다
   꽃잎 바르르 떨고
   잎새 함초롬히 입을 벌리고
   그 밑의 자벌레 비로소 편편히 눕자
   지구가 한 순간 안온한 꿈에 잠긴다.
                     - 이시영, <웅성거림>전문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재(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圓)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나는 지금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오세영, <그릇 1> 전문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