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52강 쉽게 시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29

<토요 시창작 강좌>제52강

   ■ 쉽게 시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가 유행가와 다른 것은 유행가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잘 정리해 놓은 반면 시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새롭게 쓴 것이다. 그리고 시에는 침묵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으로 수많은 말의 소용돌이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 두 줄의 짧은 시는 프랑스의 대 사상가이자 시인인 폴 발레리(Paul Valery 1871~1946)의 "침묵 속에서 많은 말하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는 시다. 말로 설명하지 않은 수 많은 이야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데 저런 시를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썼다면 어땠을까? "시는 언어를 가지고 인생을 모방하는 예술"이라고 2,300여 년 전에 이미 아리스토텔레스(Arstoteles BC384 ~ BC322)가 설파한 적이 있다. 이 명언은 지금도 시작(詩作)에선 꼭 참고 할만한 말이다. 또한 동양의 시관(詩觀)은 "시란 문장(文章)을 통해 자기 생각을 거짓없이 표현하는 것을 제일의 원리로 삼는 예술 양식"이라고 했다. 그 어원은 <논어>에 나오는 사무사(思無邪)라는 시관(詩觀)이다. 시 창작을 배울 때 이 말의 뜻, 즉 시를 쓸 때 사특하거나 거짓된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익혀야 한다.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가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나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 자꾸 폭설로 지워 주신다

         - 공광규,<폭설> 전문

   시는 또한 고해성사를 하는 행위와도 같다. 우리의 일상에서 속 마음을 다 털어놓고 거짓없이 살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에는 시인의 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도, 숨겨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란 내 마음을 낯설은 말로 숨겨 놓을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쉬운 말로 시에 대해 말해도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시라고 한다. 시가 그리 쉽게 씌여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추사 김정희 선생은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이 된다"고 했다. 이 말은 서권기문자향(書卷氣文字香) 즉,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이 난다'는 말인데 시를 쓰겠다는 사람이 동시대 훌륭한 시인의 시집과 고전 등을 읽어보지도 않고 시를 쓴다는 것은 바늘 귀에 실을 묶어서 바느질을 하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시를 잘 쓰고 싶은가? 우선 좋은 시집을 펼쳐서 읽고 또 읽어보자. 시를 읽을 때 그 시의 일부가 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시가 보인다.

   한 번쯤
   하루쯤
   한 생(生)쯤은 몸을 바꾸고 싶은

   저 미친 외출을 시라고, 시인이라고 말해도 되나

    - 이화은,<나비> 중에서

   쉽게 시를 쓰려는 사람들이여, 미치지 않고는 쉬운 시가 없다. 애벌레가 나비로 바뀌듯 "한 생"까지 바꾸고 싶은 그 "미친 외출"을 시인이라고 하는데 진정으로 한 편의 시로 위안과 행복을 받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면 시를 향해 미쳐야만 한다고 이화은 시인은 말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훗 날 그 미쳤던 추억만으로도 행복한 삶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사소할지도 모르는 이 시를 미친듯 사랑해보지 않겠는가? 삶이 바뀔 것이다. - 이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