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제46강 詩다운 詩란 무엇인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21

<토요 시창작 강좌> 제46강

   ■ 詩다운 詩란 무엇인가?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관계없는 시는 시가 아니다. 내가 몇 번 강조 했거니와 삼라만상의 방언(方言)을 해석하고 그것을 미학으로 요리하여 인간에게 보고하는 행위가 시 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영혼의 양식을 생산하여 독자가 소비하도록 밥상을 차려서 세상에 내주는 사람'인 것이다.
   온 정성을 다하여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서 밥상을 차려 놓았는데 그것을 먹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 노력이 헛되는 것처럼, 내 시간과 나의 정성을 다하여 시를 썼다고 할지라도 그 시를 읽어줄 독자가 없거나 그 시가 독자에게 외면 당한다면 시를 발표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는 독자가 있어야 빛이나는 상대성 문학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무엇인가' 혹은 '사랑이란 무엇인가' 또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완벽한 대답이 없듯이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완전무결한 답이 없다라는 사실을 여러번 강조해 왔다, 시란 그만큼 거대한 부피를 가진 것인 동시에 영원한 가치를 가진 형이상학의 윗자리에 있다. 그래서 시를 끝없이 탐구하고 그 포괄적 효용성 등을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각자가 내린 결론이 그 어느 것도 틀린 것이 아니면서도 그 어느 것도 완전한 것일 수는 없다. 다만 시를 어떻게 인간에게 접목시켜서 우리의 삶이 좀더 풍요로와지고 격조 있으며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표현으로, 또는 우주적 상상력이 창조적으로 자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최대공약수를 빚어내는 문학의 최고봉이 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문학의 최고봉인 시는 더욱 시 다와야 그 위치에 값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시 답다라는 것은, 그 시로 인해서 마음의 위로나 공감, 감동이 있는 생명의 시정신이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시다운 것과 시같잖은 비시(非詩)를 나는 구분한다. 자신만의 자의식이 넘쳐서 넋두리를 늘어 놓는 것을 시라고 내어놓는 시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취해 자기도 이해가 잘 안되는 난해한 것, 사유의 깊은 맛이 없는 평면적이고 설명적인 글, 행과 연 사이에 긴박감이 결여된 글, 상식적인 언어의 글, 다 아는체 너무 폼을 잡는 글, 훈계조의 글은 시작(詩作)에서 경계해야 할 중요 대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를 쓰란 말이냐'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시인이나 평론가들이 제일 많이 언급하는 시를 쓸 때의 중요 요소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하는바 완전한 시창작 이론은 아니겠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새기고 익혀서 누가 옆구리만 찔러도 튀어 나올 수 있도록만 한다면 적어도 시다운 시의 꼴을 갖춘 글은 쓸 수 있는 것이다.

   1. 시는 주관적이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2. 시는 구체적이지만 시시콜콜 설명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시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4. 시인은 말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로운 느낌의 말을 찾아야 한다.

   5. 시는 행과 연 사이에 긴박감과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

   6. 시는 감정에서 출발하되 가슴으로 써야한다.

   7. 상식적이고 낯익은 언어는 피해야 한다.

   8. 자기만의 육성을 들려 주듯 시를 써라.

   9. 시는 삶의 현장인 동시에 꿈꾸는 것의 현실이고 그 현실(심상/心像)을 말로 그려내는 그림임을 잊지 말라.

  10. 시는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11. 제목은 시의 반이고 첫 행은 나머지의 반이라는 생각으로 시를 써라. 제목과 첫 행의 성공 없는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12. 처음부터 시처럼 쓰는 것은 위험하다. 산문으로 써놓고 가지치기를 해가는 방법으로 다듬되 주제어를 축약속에 숨겨라.

  13. 영감을 준 것에 대한 집요한 관찰, 현장성의 감동을 솔직 담백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14. 근대시의 핵심은 리듬이지만 현대시의 핵심은 이미지 이므로 '리듬'이라는 백마에 '이미지'라는 주인을 태워서 당당히 생명의 길을 가는 작업임을 잊지 말라.

  15.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데는 3대 기초작법을 외면하지 말라.
     ●수미상관(首尾相關)
     ●절차탁마(切磋琢磨)
     ●기승전결(起承轉結)

   위와 같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는데 언급한 것만 현현(顯現)할 수 있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시가 되므로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연습해 보라. 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를 쓴다는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다. 하루아침에 절창구가 가득한 시를 쓰겠다는 것은 시에 대한 예의도 아닌 엄청난 욕심이다.
 
   외딴 섬 하나  그려 놓고
   오른쪽 구석에 표지판을 세운다
   간절한 내 여름의 기항지
   그리운 사람들의 영혼이 모여드는 곳
   파도 소리가 귓부리를 잡아당기는 대로
   괭이갈매기랑 마라도로 가고 싶다
   쓸쓸하게 사는 데 익숙한 내 방랑기
   낯선 사람들 틈에 끼지 못한 화풀이로
   머릿돌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고 싶다
   강풍을 만나 강풍에 끌려 다니다가
   큰 파도가 해체되는 자리에서
   짠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싶다
   내 여름의 광기를 한 배 싣고 가다가
   아무 데서나 파선되고 싶다

     - 이생진, <마라도, 아름다운 지도>전문

   위 시는 인간이 만든 세계에서 패배한 사람이 돌아가 쉴곳, 즉 자연으로 귀환 하고싶은 욕망을 "그리운 사람들의 영혼이 모여드는 곳"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외딴 섬 마라도를 그려 놓고 표지판을 세우는 일을 통하여 시인이 절감한 인간세계의 왜소함을 역설하고 있다. 몇 번을 읽어보면 보일테지만 "아무 데서나 파선이 되고"싶은 이유속에 숨겨진 사유의 깊은 골을 비교적 시답게 잘 기경한 솜씨가 돋보이는 것이다.
- 이어산(지금 여행 중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