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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의 현장, 이주의 회원 시> 제35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08

<시창작의 현장, 이주의 회원 시> 제35강

   -고정관념과 새롭게 하기

   환경에 적응하며 살다보면 '콩은 밭에서 나고, 고기는 물에서 난다'라는 공식 비슷한 것이 우리의 뇌에 입력된다. 이런 관습이 모여서 덩어리를 이루는데 바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굳어진 예전의 생각에서 조금씩 이탈하는 가운데 발전을 지속 하여온 역사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옛사람들은 예전의 생각을 씻어내어 새로운 생각을 부른다는 뜻의 '탁거구견 이래신의(濯去舊見 以來新意)'해야 발전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늘 날에도 이 말은 변함 없이 유효하고, 특히 시를 쓸 때는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요 생각인 것이다. 옛 선비들은 시가 생활이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새롭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새롭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새로운 글로 옮기고, 그 글을 읽고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은 삶을 새롭게 하는 실천의 원동력이 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새로운 글'이라는 지점인데,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언어의 조탁능력(彫琢能力)'이라고 한다.

   - 언어의 조탁능력과 시인

   언어를 조탁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1. 정서에 반응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2. 언어가 미학을 머금어야 한다.
   3. 시대정신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4. 따뜻한 구원의식이 있어야 한다.

   위를 더 쉽게 풀이하면 1,감동이 있어야 하고,  2,말의 품격이 있어야 하며, 3,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4,사람을 이롭게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글에 위의 요소가 다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시인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시는 쓴 커피와 같다. 쓴 커피를 처음 마셔본 사람들은 '이런 것을 왜 마시지?'라는 의구심이 들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커피를 마시다 보면 커피의 맛을 알게되고, 더 좋은 향이 나는 커피를 찾게되는 것이다.
   시도 그렇다. 시의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은 언어를 새롭게 하거나, 언어의 조탁에 필요한 요소들을 무시한다. 그들은 달고 목으로 넘기기 좋은 시를 선호한다. 요즘은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그런 시 중에도 좋은 시도 있다. 그러나 시는 사물의 현상 뒤에 감추어진 또 다른 세계를 현현화(顯現化)시켜야 하고 그것을 글로 쓸 수 있는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존재가 시인이라는 극존칭을 받는 사람이라고 지난 34강에서 강조한바 있다. 조탁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의 가벼움을 지적하면 오히려 대들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언어의 정화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 비속어로 대화하는 것을 나무라는 어른에게 대드는 것과 같다. 자기들 끼리 잘 통하고 재미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한다. 이런 엉터리 같은 가벼운 시인들은 자기의 자랑을 일삼고 자신을 내세우는데는 선수인데, 이런류의 시인은 공허함을 넘어서 쓰레기나 불량식품 같은 시를 남발하기도 한다.

   - 최고의 시인이란?

   언어의 조탁능력이 있으면서 삶의 진정성이 뒷받침 해주는 시인이 최고의 시인이다.
   언어의 조탁능력은 있으나 삶이 엉터리인 사람, 인격이 피폐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시를 썼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은 시 만드는 기술자(글쟁이)이지 시인이 될 순 없다. 그 시는 공허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나라 시의 정부(政府)라고 일컬음을 받는 서정주 시인이 잠깐의 엇길 행각 때문에 그의 시를 공허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데 하물며 삶이 제대로 받혀주지 못하는 사람이 쓴 글이랴. 또한 삶의 진정성은 있지만 조탁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글을 써도 진술에 그치거나 시가 안된다. 그리고 몰상식한 사람이 쓴 글은 남을 병들게 하거나 다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하여 시를 쓸 때는 나를 돌아보고 나의 삶과 같이 가는 진정성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언젠가 말했듯이 개떡같이 살아온 사람은 차라리 개떡 같은 시를 써야지만 진정성 있는 시가 된다는 말이다. -이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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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의 회원 시>

   이번주에 올린 시는 추석에 관한 시인데 우리 밴드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의 글을 뽑는 것이 아니라, 비록 글의 완성도는 약간 떨어져도 전 보다 잘쓴 글, 즉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의 진정성이 묻어있는 글 위주로 뽑아 올렸음을 밝혀둡니다.


눈물 한 방울   /   오혜현


한가위 달은 왜 뚱뚱할까
모든 여유로움이 한 가득 담겨 그런건가

탱그르르 가을 바람에 인사하는 벼이삭에도
붉은 장미인양 화려하게 왈츠 추는 사과나무에도
님오면 얼굴 빨개질세라 녹의홍상 입은 새색시 감에도  달은 느긋이 숨어 있다

달이 밝은 미소를 띠기까지
해와 구름 속에  가려져 부단히 발버둥 쳤으리라
열매들이 달을 닮아가기까지
비와 바람에 시달려 부단히 애간장 탔으리라

풍성함을 되돌이키면 눈물이 보이더라
커다란 눈물 한방울 된 달님
눈물 뒤에 오는 느긋한 여유로움
사탕처럼 꿀꺽 삼켜 온화한 단맛을 내보고 싶은



강박관념/김기호

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추석 명절이 있는 한
벌초부터 명절까지
끝나지 않는 갈등의 연속

남존여비의 잔상일까
고부간의 신경전에
심장이 오그라든다

딸과 사위
언제 올까 애타게 기다리고
엄마 품 그리워 친정 가려는 며느리
새끼줄 꼬듯 잡아당기신다

희망 가득한 한가위
꿈을 나눠주어 조금씩 사그라질 때
말 못한 감정 골이 되어 흐르고
뼛속까지 갉아먹던 피곤만이 한숨 쉰다

내 맘 아는지 다가온 슈퍼문
남자의 명절 증후군
세상에 널리 알려주길 바라는데

네 맘 내 맘 아우르는 한가위는 언제쯤일까
기원이나 해보자



슈퍼문의 퇴장 그리고 샛별 / 김종식

서해와 맞닿은 하늘 위
페스티벌 '한가위'가 막을 내리는 시간
급강하는 만월에 그림자가 드리우면
동녘 하늘 배웅나온 샛별의 입꼬리가
삐쭉거린다

지난 밤,
지구 별에 존재하는 모든 시선을 모아
수평선을 뚫고 올라온 아프로디테,
수만 키로미터 남쪽 하늘 가로 질러
그리움의 존재를 찾아 유영하느라
방전된 몸
서해의 검은 전해액 속으로
눕히러 가는 시간

샛별의 질투는 희고 수줍다

왜 모든 시선들은 서쪽으로만 기우는게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린
지난 밤 네가 여왕의 모습으로
우뚝 서 있던 자리
나는 숨도 아끼며 네 숨소리 뒤에 숨어
너만 바라보고 있었지
네가 지금 화장을 지우고
뒤태만 보이는 이 순간에도
모든 꽃들은 너를 향해 눈물겹도록
하늘 거리지

서러워 마!
이제는 너의 시간이 될거야
나는 이 클라이막스 씬이 끝나면
기나 긴 잠행의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정점을 찍은 여주인공의 행방엔 
무관심 뿐이지
너는
매일 매일
진정한 주인공이지
기우는 기우로 막을 내리지

슈퍼문의 위로는 따순 언니의 입술이다

아직은 검은 밤
너의 눈동자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지상의 모든 꽃들은 동쪽을 향해
젖은 입술을 오므린다



명약 / 김인자

잔 바람에도 몸부림치는
미류나무 그늘에 앉았을 때
가슴 깊이 써 내려간 일기
새초롬히 보드라운 솜털로
날아오르는

잡히지 않는 그림자
놓치지 않으려 붙좇던 발걸음
우뚝 멈춰 선 끝자리에
청보리 마을이 있다

청보리 마을을 떠난 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혼자였고
외로움은 덤불처럼 자라나
타향의 낯선 시름이 겨워질 때
어머니 젖 냄새 흐드러진
파란 청보리 마을을
깊숙이 새겨본다

부초처럼 떠돌다가도
일 년이면 두세 번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근 희망을
머리에 이고
부모님 누워계신 청보리 마을을
쓰다듬고 와야만 했다

그래서
고향은 가느다란 바람만 스쳐도
코끝이 아려오는 것을,
십보탕 보다 더 좋은 보약이란 것을
이순 언덕 아래 서서 깨달았다

내 고향은
청보리 물결  꽃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