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1.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06


   1.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시인이 되고 싶거나 더 좋은 시인이 되고싶은 당신에게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적은 누구인가? 당신에게 사기치고 달아난 사람인가, 애인을 뺏어간 그 친구인가?
   시인의 적은 시인이어야 한다. 여러 시집을 읽고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야 한다. 그런 시인 한 두 명도 없이 시인이 되려 한다면 그것은 욕심일 수 있다. 초보 시인들은 우선 좋아하는 시인을 정하라. 그리고 그 시인류의 글을 계속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시인이 되겠다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 본다.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당신이 좋아하는 시인은 누구인가? 좋아하는 시인도 없이, 어떤류의 시를 쓸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시를 쓴다? 그가 쓴 시는 이기적이거나 자신의 지나온 일을 회상하는 삶의 넋두리, 너무나 많이 봐온 사랑 타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시는 식상하여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인이 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을 정해놓고 역설적이지만 그를 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이다. 그 시인의 시를 페로디 하기도 하고 온갖 방법으로 비틀어 보기도 하며 그의 시를 달달 외워서 누가 옆구리만 건드려도 그의 시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나의 적인 그 시인의 시를 알아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부터 그 시가 시시하게 되면 그 시인을 비로소 뛰어 넘게 되는 것이다. 그 시인보다 잘 쓰거나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당신을 매혹하던 시인을 제대로 알아야 그 시인으로 인하여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 사람씩 내가 좋아하는 적을 극복해 나갈 때 당신은 정말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싸움을 많이한 사람일수록 그의 시는 단단해질 것이다.

   2. 당신은 음식의 맛을 낼 줄 아는가?

   주부라도 음식맛을 잘 못내는 사람이 있고 맛깔스런 맛을 내는 사람이 있다. 음식맛을 저절로 잘 내는 사람은 드물다. 친정 엄마에게서나 요리학원을 다니거나 누군가에게서 맛있는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유의 맛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맛난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일 수록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100권의 시집을 읽어 본 사람과 10권의 시집을 읽어 본 사람, 한 권의 시집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똑 같은 제목으로 시를 썼다고 했을 때 누구의 시가 그 맛이 풍부 할까? 좋은 시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시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 쓸 수 있는 확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줍잖은 시인 10명이 제대로된 독자 한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독자가 된 후에야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있다라는 말이다.

   3. 연애를 많이하라.

   내가 말하는 연애는 남녀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연애란 사랑의 연결이요. 사랑하는 마음인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과 나는 연애를 해보리라"고 마음 먹으면 시의 소재는 엄청 풍부해진다. 연애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길가의 돌도 나에게 말을 걸고, 도시의 밤 거리에서 휘날리는 휴지가 궁시렁거리는 말도 듣게 되고 그의 행동도 눈에 보이게 된다. 시장에서 좌판을 펴놓고 장사하는 아저씨의 감춰진 그림자가 나에게 말을 걸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인은 자세히 듣고 기록하면 되는 것이다.

   누가 떨어뜨렸을까
   밟히고 찢겨진 손수건이
   밤의 길바닥에 붙어 있다
   지금은 지옥까지 잠든 시간
   손수건이 눈을 뜬다
   금시 한 마리 새로 날아갈 듯이
   금시 한 마리 벌레로 기어갈 듯이
   발닥발닥 살아나는 이 슬픔
                    - 문덕수, <손수건> 전문

   4. 동영상을 찍고 소리를 녹음하라

   시인의 눈은 세상의 사물이나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동영상이요, 시인의 귀는 그 내면의 소리를 녹음하는 녹음기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동영상을 찍듯이 확실하게 그 상황을 기록하라.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그때그때 녹음해 놓듯 기록하라.

   기록하는 순서(예:고로쇠 나무)
   1) 나무 그대로 본다
   2) 종류와 모양을 알아본다
   3) 나무의 사계절을 살핀다
   4) 나무의 특징과 생명력을 의인화 한다
   5) 나무를 매개로한 나의 삶과 연결한다.

   백운산에서 만난 고목 한 그루. 밑둥에
   큼직한 물통 하나 차고 있었다. 물통을
   반쯤 채우다 말고 깊숙히 박힌 플라스틱
   관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누군가 둥치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받던 자리. 시름시름
   잎이 지고. 발치의 어린 순들, 마른 잎을
   끌어다 푸른 발등을 덮고 있었다.

   주렁주렁 링거를 달고 변기에 앉은
   어머니. 기저귀를 갈아주는 자식놈에게
   부끄러워 얼른 무릎은 붙이는, 옆구리에
   두 개의 플라스틱 주머니와 큼직한 비닐
   오줌보를 매단 어머니. 호스를 통해 세
   개의 주머니에 채워지는 어머니의 붉은
   육즙. 오십 년간 수액을 건네준 저
   고로쇠나무.
                 - 마경덕<고로쇠 나무> 전문

   녹음 방법 : 그 대상을 의인화 했을 때 들을 수 있는 내면의 소리를 기록한다.

   칼날 같은 벼잎들이
   팔을 찌르고 얼굴을 찌르고 눈을 찌른다
   찌르면서 허허 웃는다. 빌어먹을 놈의 
   벼잎들
   눈알을 찌르면서 낄낄 웃는다
                      - 박윤식<피사리2> 에서


   5. 회원 작품 평

   이번 주에 특별한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차민호 군이 올린 글이었다.

   내마음에 꽃을 피우고/차민호

   請
   너는
   내 마음에 꽃을 피우고
   폭풍우 치던 밤
   휘몰아 치는 미리내 따라 떠나버려라

   答
   그 자리에 꽃은 피어 시든 계절 없다면
   흩날리는 이슬 모아
   매화나무 밑 당신께 흘러가리

   이 시는 선문답을 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길래 유심히 봤는데 그는 이제 19세의 대학 1학년이자 지체장애 1급으로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없고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젊은이였다. "사랑 한다고 말하기 위해 시만 써 왔다"는 고백, "나에게 사랑을 막는 가장 큰 벽은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말, 이 두 마디 말을 하는데만 10분 넘게 걸렸고 자세히 들어야 알 수 있는 영혼의 말로 인터뷰한 기사를 보곤 나의 가슴을 한 방 맞은 것 같이 멍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과연 저토록 절실하게,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는가......
   완성도가 뛰어나진 않지만 시의 표현력과 수준이 상당했다. '꽃만 피우고 미리내(은하수) 따라 저 멀리멀리 떠나버려라'고 함으로써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있었고, '봄이면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처럼 당신께 가고 싶다'는 고백이, 한 청년의 기구한 현실에서 갈구하는 사랑의 염원이, 시린 통증으로 다가왔다. 우리 밴드에서 맘껏 활동하며 커 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 이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