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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의 현장, 이주의 회원 시> 제34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17. 12. 25. 11:04

<시창작의 현장, 이주의 회원 시> 제34강
  
   1. 시인과 회심(悔心)

   기독교에 입문하여 진짜 신앙인이 되는 때는 회심(거듭남)을 통해서다. 회심(悔心)이란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존재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시인도, 회심이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 될 수 없다.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의 회심(거듭남)이 없이는 시인이 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전에 보았던 것들을 그대로가 아닌 새롭게 해석하려는 자세, 습관과 전통,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의 인품을 갖추기 위한 인식 변화가 없이 시를 쓴다는 것은, 멋 모르는 아이가 시퍼런 칼을 손에든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괴팍한 성격을 가졌거나 인격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시만 잘 쓰면 용인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인격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사람이 시를 쓴다는 것은, 그 글로인하여 남을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라는 말이다.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회심(悔心/거듭남)의 과정이 없는 시인은 가짜 시인이다.

   2. 묘사(描寫)와 중층묘사(重層描寫)

   처음 시를 쓰는 사람들은 묘사를 잘하는 것이 시를 잘 쓰는 것인냥 착각한다. 묘사란  보이는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인데, 이 방법으로는 아무리 시를 잘 쓴다 해도 관념시(觀念詩)와 사상시(思想詩), 즉물시(卽物詩)나 사물시(事物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층묘사(重層描寫/multiple description)는 사물과 사상을 통합시켜, 보다 이상적인 시적 표현을 시도하려는 방법이다. 이 단계는, 묘사를 넘어서서 새로운 인식, 상상, 줄거리가 있되 드러나는 것 뒤에 또다른 이야기를 숨겨놓는 시작법(詩作法)이다.
   시인(詩人)이란 말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명칭으로, 사물의 현상에 감춰진 또 다른 세계를 현현화(顯現化) 시킬 수 있는, 하늘 아래에서 가장 완전한 사람이란 뜻의 극존칭이다. 그래서 옛날 과거 시험에서는 시제(詩題)를 내어주고 시를 써내는 것으로 인재를 선발하기도 했는데, 제대로된 시인을 그만큼 대단한 사람으로 존경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예술가에게는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뜻의 집가(家)자(字)를 붙이는데, 유독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의 사람 인(人)자(字)가 붙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사람같지 않은 '시 기술자'는 아무리 시가 좋다해도 시인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3. 버려야할 버릇

   초보자들의 시를 보면 버리지 못한 버릇들이 의외로 많다. 의례적이거나 상투적인 말, 그리고 다음의 것들은 과감하게 버려라.

    '조사' ~의, ~을, ~를, ~들
    '접속 부사'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겹말' 역전앞, 가장 앞선1등, '빠른 쾌유를 빕니다.' 등등
    '문장부호의 남발'
    '주제에서 이탈한 글'
    '줄거리가 없는 글'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버무러지 못한 단순한 내용(단순 심상은 독자들이 결론을 쉽게 눈치챈다)'
    '별도로 적어놨던 좋은 단어가 아까와서 쑤셔넣은 것'

    4. 가져야할 버릇

   생각해본 적 없던 단어가 생각났는가?
빨리 그것을 메모하라! 길가의 돌이 말을 거는가? 돌들의 말도 기록하라! 삼라만상의 새롭고도 낯선 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놓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록하는 버릇, 그 버릇이야말로 당신이 진정한 시인이 되는데 노둣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글을 힘들여 썼기에 이것도 저것도 아까와서 그대로 발표해 버리는 것은, 시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짓이다. 팔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이 있거나, 새로 집을 지어야 할 만큼의 수고로움이 따르더라도 다시 꼼꼼하게 살펴서 꼭 필요하지 않은 말은 잘라내거나 과감하게 부숴버릴줄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먹지 않는 반찬으로 상 채우지 마라" 이 말은 시를 쓰는 사람들이 시의 밥상을 차릴 때 명심해야 할 말인 것 같다. 시란 "써야 할 것을 안 쓰는 잘못 보다는, 안 써야 할 것을 쓴 잘못이 크다"라는 말도 있다.

<이주의 회원 시>

추억 헤아리는 밤/ 이명숙

가을밤 하늘
추억이 그려진 노래가 가득 달려있습니다

나는 세월을 잊고
노래가 주는 추억을 기억하려 합니다

가슴에 하나 둘 새겨지는 가사가
여전히 심장을 때리는 것은
추억이 그리운 까닭이요
아직 추억을 만들 날이 남아있기 때문이요
아직 나의 남은 인생이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추억 하나에 사랑과
추억 하나에 갈등과
추억 하나에 이별과
추억 하나에 해후와
추억 하나에 동행과
추억 하나에 music, music

music,
노래 한 곡에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봅니다

캠퍼스 잔디밭에 퍼질러 앉아 한잔의 막걸리에
어깨동무하며 목청 높여 노래 부르던
나의 동지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선가
가족의 생계에 땀 흘리고 있을 머슴애들과
뾰족 구두 또 각 대던 친구들과 불렀던
거리에서, 변해가네, 사랑하기 때문에, 비오는 날의 수채화, 임을 위한 침묵, 상록수,서른 즈음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 그리고 안치환
이런 뮤지션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이 남겨준 목소리에는
머나먼 거리
아련한 추억이 숨어있다

추억은
팽팽한 20대의 긴장 속에 머물러 있다
노래 속에 피어나는 여전한 그리움을 묻은 나의 가슴에
비가 내려오고 눈이 내려오고
꽃을 피우기에
나는 조용히 누워도 봅니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햇살에 하루가 시작 될 것이고
가을밤이 불러주었던 추억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백수의 기도 / 이상욱
       (윤동주의 십자가 페러디)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먹구름에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되었습니다

실업률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데
입사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대출반환은 목을 죄어오고
지쳐버린 껍데기만 도서관 바닥을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머리 쥐어뜯는 지금
취업의 문이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휴일 반납 계속되는 야근을 하더라도
사의 주가 상승과 순이익이 넘쳐나도록
헌신하는 일벌레가 되겠습니다



서시 (西施) / 정의섭

길이 아니면 돌아가고 뜻이 통하지 않으면 멈추어라

시대는 너에게 유감이 없다 나뒹구는 낙엽만이 생명을 지녔던 것 왕에게 바쳐진 몸은 황복어 되어 만지작거리다 갈라지고 조각조각 삼켜질 것이다 초선과 왕소금이 그러했고 양귀비가 그러했듯 동시(東施)보다 낫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일생이어라

길가를 지나치다 소명교회 맞은편에 멈추어 앉았다,
찬미예수 천 오백여 편에 쓰인 찬송가는 서시를 닮아있다 계단을 올라 조용히 듣고 싶은, 그러나 빠져 침잠하고 싶지는 않은 강고기 한 마리


& 서시 ㅡ 중국의 4대 미인, 침어(沈魚), 황복어(서시의 유방)라고도 합니다.
동시 ㅡ 한 고을에 살았던 추녀의 이름




마음의 고향  / 한길수

(또 다른 고향/윤동주 시 페러디) 

화전 마을에 돌아온 날 밤에
내 유년의 기억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마당의 모깃불은 하늘로 오르고
기억 속에선가 꿈결처럼 뻐꾸기 운다

장면 속에서 스멀 거리는
동심의 기억을 돌아 보며
웃음짓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냐 유년의 모습이냐
간절했던 미래가 웃는 것이냐

둥그랗던 달은
돌아앉자 별을 빛낸다

유성이 가른 하늘은
유년속 찰나의 기도다

가자 가자
바람에 홀린 사람처럼 가자

내 기억의 그림자 몰래
화전마을 또 다른 유년속 으로 가자

  ※이번주엔 윤동주 시인의 시를 페러디 한 것이지만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기에 여러 편을 더 선정하고 싶었으나 위 네 편을 선정했다. 밴드장이 준비한 선물을 네 분 모두에게 보내드린다.
  - 이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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