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 것 / 이상국
나에게는 이제 남아 있는 내가 별로 없다
어느새 어둑한 헛간같이 되어서
산그늘 옛집에 살던 때 일이나
살이 패도록 외롭지 않으면
어머니를 불러본 지도 오래되었다
저녁내 외양간에 불을 켜놓고
송아지 나올 때를 기다리거나
새벽차를 타고 영을 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거의 새것이다
(후략)
- 이상국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부분
살다보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곱 살의 나와 열일곱 살의 나와 스물일곱 살의 나를 저곳에 두고 참 멀리도 왔다. 과거에 나의 일부를 남겨두고 새 몸을 갈아 끼우며 여기까지 왔지만 문득 사라진 내가 진짜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 내게 없어 나는 완성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내가 두고 온 얼굴들이 보인다. 가속도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때로는 숨을 고르고 과거의 나를 바라보자. 그곳에 그리운 얼굴들이 내게 손짓할 테니.
[매일경제신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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