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가벼운 고독 / 유승도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5. 11. 06:16

가벼운 고독 / 유승도

 

아내가 집을 비운 날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떨어진다

투툭, 풀잎을 치고는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왜 이리 고요한가

멀리서 닭 우는 소리가 산과 산 사이를 울린다

가만히 가만히 살자

-유승도(1960~)

 

유승도 시인은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자락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시인은 “산마을을 덮으며 다가”오는 산그늘을 바라보고, “고사리를 찾아 숲길을 타”면서, 그리고 이런 늦봄에는 막걸리를 사서 자전거 운전대에 매달아 “잘 있었냐는 말 대신 묵묵히 술병을 건네받을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러면서 “너도 나도/ 자연이란 몸의 세포 하나하나”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바깥으로 나들이를 가서 시인은 산 중턱 오두막에 혼자 있게 되고, 집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나 조용해서 평소에는 잘 듣지 못하던 것까지 듣거나 보게 된다. 나뭇잎이 풀잎을 스치며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닭이 울어서 그 소리가 산에 부딪치고 되울리는 소리까지 유심히 듣게 된다. 물론 산과 산 사이의 큰 허공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 자신의 여유롭고 넓은 내면의 공간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가만히 가만히 살자”고 다짐한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가 자신과 늘 함께였다는 것을 거듭해서 깨닫는 것이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결국 세상의 어떤 미미한 소리와도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겠다.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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