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을 서성이는 마음 / 조업
산 앞도 산 뒤도 온통 푸른 풀뿐인데,
온종일 문밖을 맴돌다 돌아와 다시 문을 닫네.
혈육이 하늘가 저 멀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문밖을 나와 자손 챙기는 시골 노인을 바라보네.
(山前山後是靑草, 盡日出門還掩門. 每思骨肉在天畔, 來看野翁憐子孫.)
―‘북쪽 성곽에서의 사념(북곽한사·北郭閑思)’ 조업(曹鄴·약 816∼875)
집이 조용하다는 말은 대개 평화를 뜻한다. 그러나 어떤 집의 고요는 평화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이 시가 보여 주는 풍경이 그렇다. 산 앞에도 산 뒤에도 풀이 무성하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다시 문을 닫는 생활이 이어진다. 이 시는 외로움을 요란하게 말하지 않는다. 문 하나 여닫는 장면만으로도 사정은 충분히 전해진다. 매일 문밖을 나서는 것도, 어쩌면 마음을 달랠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갈 데가 많은 것도 아니다. 괜히 문밖을 서성이고, 괜히 먼 곳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정작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화자는 자기 집 안에만 머물지 않고 마을의 노인이 자손을 돌보는 모습을 바라본다. 남의 천륜은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비추기도 한다. 기쁨은 전염되기도 하지만, 외로움도 비교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식이 잘 지내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한 번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더 좋겠다. 이 시가 오래 남는 것도 아마 그 단순한 진실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집 둘레에선 풀이 자라지만, 화자의 가슴에는 기다림이 자란다.
[동아일보 이준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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